[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강남의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한국전력의 서울 삼성동 부지가 10조원대의 입찰가를 제시한 현대자동차그룹의 품으로 돌아갔다. 막판에 입찰에 참여하며 세간의 기대를 모았던 삼성전자는 아쉬운 표정이 역력하다.
삼성전자는 이날 낙찰에 성공할 경우 삼성동 한전 부지의 개발계획 등 앞으로의 청사진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었다.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전자 계열사를 한 데 모으거나 삼성전자가 이전하는 등의 방안을 예상했었다.
그러나 낙찰에 실패하면서 당초 계획 등은 모두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줄곧 한전 부지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다 갑작스럽게 입찰에 참여했다. 전일 오전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신종균·이상훈 사장 등 사내 이사들이 모인 가운데 경영위원회를 열고 한전 부지 입찰에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참여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것.
당초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의 여러 계열사가 공동 입찰할 것으로 점쳤지만, 31조원 가량의 현금성 자금력 등을 감안해 삼성전자가 단독 입찰에 나섰다.
삼성그룹은 이번 삼성동 부지에 입찰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었다. 이건희 회장이 병석에 있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고, 삼성동에서 전자계열사의 새 출발을 도모한다는 얘기다.
오너 측면에서 보면 땅의 소유주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나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이 아닌 이재용 부회장이라는 점을 확실히 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한전 부지 인수에 성공할 경우 서초동에 있는 서울 사무소를 삼성동으로 옮길 방침도 갖고 있었다. 삼성전자가 과거 위기 때마다 과감한 투자를 통한 혁신과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는 역발상 전략을 구사했던 것처럼, 이번 사업으로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한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낙찰되지 않았기 때문에 입찰 가격이나 당초 계획 등에 대해 아무런 얘기도 할 수 없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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