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 오진희 기자, 임혜선 기자, 박선미 기자]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한중관계가 정치·경제동맹을 넘어 문화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의 드라마, K-팝, 영화 등 문화콘텐츠들은 이미 중국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키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여러 가지 규제로 콘텐츠 수출 등에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영화 분야가 중국과의 '영화공동제작에 관한 협정'을 체결함에 따라 새로운 한중 문화동맹시대의 첫 단추를 끼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중국 신문출판광전총국과 '대한민국 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간의 영화공동제작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이미 양국은 2011년 8월부터 협정에 대해 논의를 이어왔으며, 이번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체결을 완료했다. 공동제작 협정은 향후 양국에서 협정 이행을 위한 국내 절차를 완료하고 양국이 이를 상호 확인한 후 정식 발효된다.
이번 협정은 중국과의 합작영화가 공동제작영화로 승인받는 경우 중국 내에서 자국영화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 중국은 분장제 영화(영화배급을 위탁해 흥행수익을 제작, 배급, 상영 주체가 나눠 갖는 방식) 연 34편, 매단제 영화(흥행 수익을 비롯한 일체의 배급권을 파는 방식) 연 30편으로 외국영화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합작영화는 중국의 수입제한제도에서 제외되는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중국 영화 시장은 지난 2010년 100억위안 규모를 기록했으며, 이후 3년만인 2013년에는 200억위안을 돌파하는 등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북미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시장으로, 지난해 유엔 산하 유네스코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는 미국을 넘어 세계 1위의 영화시장이 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할리우드에서도 중국 시장을 겨냥한 작품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개봉한 '트랜스포머4'도 중국을 주무대로 삼는 등 중국 관객들의 입맛에 맞췄다.
한국영화 역시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CJ E&M은 지난해 중국시장을 겨냥해 자체 기획 개발투자한 '이별계약'으로 약 2억위안(3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도 한중 합작 프로젝트로 장윤현 감독의 '평안도', 박광현 감독의 '권법', 박광춘 감독의 '러브앤란제리' 등 3편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협정 체결은 한국영화가 중국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안겨다 주며, 영화특수효과기술(VFX) 협력 및 현장 스태프 교 등의 효과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영화계는 물론 문화계가 일제히 환영을 표시했다.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중국은 정부의 가이드나 입김이 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협정을 맺었다는 점에서 한국 영화가 활동하기 수월해질 것이다. 또 중국에서 지원하는 지원책도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중국에서 촬영 중이거나 기획중인 한국영화만 15편에 이르는 등 중국 시장 진출이 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내수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훨씬 더 긴밀하게 양국 간 상호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3일 중국 시진핑 주석 부인 펑리위안 여사의 창덕궁 방문은 특별했다. 펑 여사의 애틋한 한류사랑도 유감없이 드러났다. 그동안 여러 차례 국빈급 인사들이 우리나라 고궁을 다녀간 적이 있다. 그러나 펑 여사의 궁궐 기행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지는 못 했다. 펑 여사는 창덕궁 경내를 거닐며 건축물과 연못의 아름다움에 연신 찬사를 보냈다. 또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 등 한국 드라마를 언급하며 한류를 통한 양국 문화교류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고 때론 농담을 주고받으며 가수 출신 퍼스트레이디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한중 정상회담을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펑 여사는 이날 오후 4시 28분 서울 와룡동 창덕궁에 도착했다. 펑 여사의 창덕궁 방문에 나선화 문화재청장과 조윤선 정무수석이 영접과 안내를 맡았다. 창덕궁을 들어서자마자 이치헌(8), 김소정(여ㆍ6) 어린이에게 꽃다발 선물을 받은 펑 여사는 아이들을 포옹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또한 "중국에 유학오세요"라는 말도 남겼다.
펑 여사는 수문장 7명이 도열한 진선문을 통해 인정전으로 이동했다. 인정전은 창덕궁의 정전(正殿)으로 조선시대 왕의 즉위식, 조회, 외국사신의 접견 등이 이뤄졌던 정무 공간이다. 펑 여사는 인정전 안의 등과 구조물을 살피면서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대장금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한국 드라마인 '대장금'에 대한 관심을 표시하며 "양국의 젊은이들이 드라마를 좋아해 서로의 문화를 많이 깊이 이해하는 것 같아 좋다"고 언급했다.
카트를 타고 왕실 연못인 부용지로 이동하던 중 조윤선 수석이 펑 여사에게 "더울까봐 걱정했는데, 펑 여사가 오니 날씨가 좋다"고 덕담하자 펑 여사는 "모든 게 박대통령의 덕"이라고 화답했다. 펑 여사는 부용지에 서서 "정원이 참 넓어서 좋다. 맑고 아름답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이 치러졌던 영화당 앞에서는 펑 여사를 위해 장구와 가야금 등 국악연주가 펼쳐졌다.
창덕궁에서 펑 여사는 김영택 화가의 부용지 판화를 담은 패와 조각보 스카프, 한글 '별'과 '꽃' 모양의 병따개를 선물로 받았다. 이에 펑 여사는 연꽃을 얹은 흰 접시, 자금성 궁궐이 담긴 실크 그림으로 답례했다. 조 수석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언급하며 "시 주석은 '별', 펑 여사는 '꽃' 글자 모양의 병따개를 쓰라"고 권하자 펑 여사는 "나도 별에서 온 그대를 찾으면 좋겠다"고 말해 주위는 웃음바다가 됐다. 펑 여사는 또 "딸과 함께 시 주석의 젊은 사진을 보며 '별 그대' 주인공 도민준과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고도 했다.
한편 4대 고궁 중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은 창경궁과 함께 경복궁 동쪽 궁궐이라 해 '동궐'로 불렸다. 남쪽에는 국가 사당인 종묘가, 북쪽엔 왕실 정원인 후원이 있다. 임진왜란 후 경복궁이 재건될 때까지 270여년 동안 정궁으로 사용됐다.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중국의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彭麗媛)의 패션에서는 '배려'가 돋보였다.
펑 여사는 3일 성남 서울공항선 녹색 계열의 그라데이션을 넣은 블라우스와 검은색의 H라인 스커트에 짧은 볼레로 재킷을 통해 기품있으면서도 현대적인 패션 감각을 드러냈다. 여기에 검정 클러치와 구두, 진주 귀걸이 등을 착용해 우아함을 갖춘 퍼스트레이디의 이미지를 연출했다.
이후 청와대 공식 환영식에서 펑 여사는 단아한 흰색 투피스에 청록색 계열의 꽃 모양 코르사주를 달고 나타났다. 여성스러운 라인에 차이나 칼라와 단추를 활용해 중국 전통의상인 치파오를 연상케 했다. 이날 펑 여사가 입고 착용한 제품들은 모두 중국 브랜드로 알려졌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는 "펑 여사가 선택한 의상 색상인 흰색은 희망을 상징하는 최고의 색상"이라면서 "한국이 백의민족이라는 점과 아직 끝나지 않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환영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이 선호하는 붉은 계통의 재킷을 입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내외를 맞이했다. 고궁 방문때는 환영식때 입은 옷을 그대로 입어 소박함도 보였다
강진주 퍼스널 이미지 소장은 "펑 여사의 공항 패션은 내조하는 역할에 중점을 뒀으며 환영식 땐 커다란 청록색 코르사주로 카리스마를 표현했다"면서 "박 대통령이 선택한 주황색은 친근감을 상징하는 색이면서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 계통이기도 해 시진핑 내외를 배려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해석했다.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만난 지 40분만에 내 아내가 될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더 돋보이게 만드는 이는 그의 옆 자리를 항상 지키고 있는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다. 펑 여사는 인민해방군 소장으로 '희망의 들판에서'를 부른 유명한 혁명가수다. 동시에 내조 잘 하는 중국의 '퍼스트레이디'다.
시 주석의 해외 방문길에 펑 여사가 동행하면 다소 경색될 수 있는 정치·외교 관계는 한풀 누그러진다. 해외 언론은 펑 여사의 미모와 남다른 패션 감각, 적극적인 대외활동에 주목하곤 한다. 그 결과 시 주석의 외교활동이 한층 두드러지게 된다.
시 주석이 펑 여사를 처음 만난 건 1986년이다. 당시 33세였던 시는 샤먼(厦門) 부시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그는 친구의 소개로 24세인 펑과 처음 만났다. 시는 군복 차림의 펑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렇게 만난 지 40분만에 그는 펑이 "내 아내가 될 사람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사실 펑 여사가 시 주석의 첫 사랑은 아니다. 시 주석의 첫 사랑은 16세에 하방(下放) 생활 당시 산시성(陝西省) 옌안시(延安市) 옌촨현(延川縣) 량자허촌(梁家河村)에서 만난 여성이다. 집안끼리 혼담이 오갈만큼 열렬히 연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펑 여사는 시 주석의 첫 부인도 아니다. 시 주석에게는 한 차례 결혼했다 이혼한 경력이 있다. 펑의 부모가 딸이 시와 결혼하는 데 반대한 것은 물론이다.
우여곡절 끝에 시와 펑은 1987년 결혼했다. 당시 시보다 펑이 훨씬 유명해 시는 '펑리위안의 남편'으로 불리곤 했다.
두 사람의 신혼생활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았다. 펑 여사가 해외 공연과 각종 예술제 참가로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다. 이에 당시 중국 언론은 두 사람의 신혼생활을 두고 "짧은 만남, 긴 이별"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끝까지 펑 여사의 가수 활동을 지지했다. 그 결과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정치적 지지층을 확보하는 데 펑 여사의 역할이 매우 컸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펑 여사는 대외 활동에 소극적이었던 이전 지도자 부인들과 달리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이로써 '소프트 외교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도 받고 있다.
펑 여사의 세련된 패션 감각은 중국 패션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그가 입는 옷 대부분은 품절되곤 했다. 펑 여사에게 중국의 '완판녀'라는 별명이 따라붙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시 주석과 펑 여사 사이에 외동딸 시밍저(習明澤·22)가 있다. 딸은 미국 명문 하버드 대학 출신이다. 딸은 하버드 대학에서 가명으로 유학 생활을 하다 2012년 11월 시가 중국 최고지도자로 권력을 이양 받기 직전 귀국했다. 이후 행보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한편 시 주석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단행본 '시진핑의 러브스토리(習近平情史大全)'에서 시 주석은 중국 역대 지도자 가운데 마오쩌둥(毛澤東) 다음으로 여성 스캔들이 많은 인물로 묘사돼 있다. 그러나 마오의 여성 편력과 달리 시 주석은 도덕·윤리적으로 아무 문제없다고 강조돼 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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