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성공한 펀드매니저로 꼽히는 피터 린치가 자신의 투자법을 정리한 책이 있다. 국내에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됐다. 이 책의 원제목은 '원 업 온 월스트리트(One Up on Wall Street)'다.
원 업(One Up)은 골프에서 승부를 가르는 방식 중 하나인 매치 플레이에서 나온 말이다. 매치 플레이란 두 사람이 홀마다 겨뤄 이긴 홀의 수가 누가 더 많은가로 승자를 정하는 방식이다. 승차가 1홀 차이일 때 이긴 사람을 기준으로 원 업이라고 말한다. 원 업 온 월스트리트는 '월가에서 한 홀 앞섰다'는 뜻이다.
이는 극도로 겸손한 표현이다. 그가 운용한 마젤란펀드의 자산은 1977년 2000만달러에서 1990년 132억달러로 13년 사이에 660배가 됐다. 연평균 수익률이 64%에 이른다.
린치는 1990년, 한창 일할 나이인 46세에 은퇴한다. 린치의 이른 은퇴와 이 책의 제목에 주식투자의 핵심이 있다. 린치는 말하자면 "최고의 실적을 낼 수는 있으되 그것은 실력이 출중해서라기보다 시장을 살짝 앞선 것일 뿐이며 그 상태를 유지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들려줬다.
투자에 대해 린치와 다르게 접근한 인물이 워런 버핏이다. 많은 사람이 그가 주로 주식에 투자해 버크셔 해서웨이를 오늘날의 규모로 키웠다고 오해한다. 버핏은 그런 오해를 조장해왔다. 예컨대 연례 주주총회를 비롯해 계기가 될 때마다 자신이 투자한 종목을 부각한다. 손실을 본 종목은 거론하지 않는다.
버핏은 실은 일정 단계 이후에는 주식이 아니라 알짜 기업을 사들여 회사를 키워왔다. 그래서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산 중 대부분은 완전 소유 자회사다. 투자 유가증권의 비율은 얼마 되지 않는다. <워런 버핏이 선택한 CEO들>(2003년)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 자산의 70%는 완전 소유 자회사고 투자 유가증권은 30%에 불과했다. 버핏은 이후에도 주식이 아니라 기업을 사들였다. 자산 가운데 자회사 비중은 더 높아졌을 것이다.
올해 버핏과의 점심식사가 217만달러에 낙찰됐다. 만약 내가 버핏과 점심식사를 하게 된다면 이걸 물어볼 텐데.
"당신은 투자 주식의 비중을 줄이면서 자회사를 늘려왔다. 이런 투자 포트폴리오 변경은 주식투자에서 시장을 계속 추월할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인 것 아닌가? 이런 점에서 당신은 정말 현명한 투자자라고 생각한다."
백우진 국제부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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