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유능한 인재 확보와 대규모 자금의 지속적 유입 등 글로벌 경쟁에서 (벤처기업으로)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 26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다음커뮤니케이션ㆍ카카오 통합법인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다음과의 합병 결정은 "양사의 핵심 경쟁력을 통합해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 환경에서 유능한 인재 확보와 대규모 자금의 지속적인 유입 등의 면에서 벤처기업으로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게임 사업을 총괄하던 반승환 부사장이 지난 3월, 이확영 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지난해 6월 회사를 떠나는 등 최근 핵심 임직원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벤처들을 인수하면서 합류한 일부 인재들의 계약 만료가 다가오면서 핵심인력 이탈의 우려가 깊어지는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게임ㆍ쇼핑ㆍ금융 등 기존의 다양한 상품들이 모바일과 결합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빠르게 재편되는 글로벌 IT(정보기술) 모바일 시장에서 선도기업으로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해 더 빠른 속도로 움직여야 하고 이 과정에 (포털 구축 노하우를 가진) 다음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내년 5월 기업공개(IPO)에 나선다고 밝혔던 카카오가 다음과의 합병을 선택한 것에 대해선 "회사가 조금 더 성장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면서 "자금 등 회사가 갖춰야 할 자원도 많지만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2012년 설립 6년 만에 처음으로 69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주력 수익사업인 게임 부문 매출이 정체되고 신사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시가총액 125조원 텐센트의 '위챗'과 25조원 네이버의 '라인'의 공세에 밀려 해외 진출도 지지부진해 IPO 성공 여부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했을 것이란 게 업계 평가다.
이 대표는 "늦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결정이지만 좋은 성과를 보여주겠다"며 "통합법인을 통해 모바일을 비롯 IT 전 영역을 아우르는 커뮤니케이션 정보 생활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에 앞서 발표를 한 최세훈 다음 대표는 "다음은 국내 포털 최초로 웹메일 '한메일넷'과 커뮤니티 '까페' 서비스 도입하고 모바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했다"고 자평하며 "이러한 다음의 포털 구축 노하우와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에 접목되면 저변이 넓어지고 시너지가 발휘될 것"이라며 "향후 강력한 생활정보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합병으로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1~2위 규모의 회사가 탄생하게 됐다"면서 "기업 간 인수합병에 있어 영업양수도가 없었던 순수합병으로는 한국 기업 역사상 전례가 없었던 사건"이라고 이번 합병의 의미를 밝혔다.
한편, 다음은 주력 사업 강화와 시너지 창출을 위해 카카오를 흡수 합병한다고 이날 공시했다. 합병은 1대1.556 비율로 카카오 주식을 다음 신주와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오는 8월 출범예정인 통합법인 다음카카오는 시가총액 3조4000억원, 연매출 4000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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