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생 쿠라타 와카코씨
72세 드럼 배우기 시작…최고령 현역 드러머로
대장암 3기에 항암치료까지 했지만
레드 제플린 완곡 위해 매일 맹연습
개인적으로 배워보고 싶은 악기가 드럼인데요. '어릴 때 배울 걸 지금 배우면 감도 떨어질 텐데 너무 늦었나'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번 주 70대에 드럼을 배워 연주하는 85세 드러머 할머니가 화제가 됐는데요. 이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무언가를 시작하는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주는 드럼 스틱을 잡는 순간 청춘이 시작됐다는 일본 최고령 드러머, 85세 쿠라타 와카코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도전할 때 가장 빛나는 나…72세에 드럼 스틱을 잡다
쿠라타씨는 1940년생입니다. 예명으로는 '챠바바'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데요. 이 이름은 손자가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손주가 본인을 '할머니(오바짱·おばあちゃん)'하고 불러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발음을 못 하고 '챠바'로 자꾸 불렀다고 해요. 여기서 따온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레이디 가가와 같은 이름이 갖고 싶어서 '챠바바'로 한 글자를 더 붙이게 됐다고 해요. 예명 만드는 과정부터 유쾌한 할머니인 것 같죠.
쿠라타씨는 계속 본인에게 맞는 취미를 찾아다녔습니다. 30세 때는 일본무용을 배웠었다고 해요. 그리고 40대 시절에는 일본 전통 현악기 샤미센, 50대 시절에는 기타, 60대가 되어서는 하모니카를 배웠다고 합니다. 그러나 모두 조금 배우면 재미가 없어 그만뒀다고 해요. 그리고 70대에 접어든 시점부터 인생에 무기력함이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큰딸이 운영하는 어린이집 부원장을 맡아 일을 도와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부였죠.
그러다 큰딸이 '그렇게 우울하면 차라리 드럼이라도 쳐보는 것이 어떻냐'는 제안을 합니다. 그렇게 72세에 드럼 학원에 방문하게 되는데요. 선생님이 드럼 치는 모습을 보고 '이걸 어떻게 치냐. 역시 못 하겠다'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막상 드럼 스틱을 받아들고 드럼을 치는 순간 '이거다'하는 느낌이 왔다고 해요. 청춘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합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배울 때 본인은 항상 생기발랄하게 빛났다는 것을 다시 떠올리게 되죠.
그렇게 쿠라타씨는 당일 드럼 학원에 등록하고 레슨을 받겠다고 선언합니다. 레슨을 받으면서도 '아마 무리겠지?', '나에게 너무 어려운 악기 아닌가?' 하는 불안함과 '아니다 이것이 도전 아니겠느냐'라는 생각이 엇갈렸다고 해요. 하지만 하루에 8시간씩 맹연습을 하며 이를 극복해나가기 시작합니다.
2년 정도 학원에 다니고, 학원 발표회도 3번이나 나갔다고 해요. 그 뒤로는 드럼 개인 교습을 받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드럼을 친 지 7년이 지난 2019년부터는 본인이 아예 작곡을 시작했고, 2020년부터는 유튜브를 시작합니다. 자작곡 '챠바록'으로 드럼 치는 영상 조회 수는 161만회를 기록했을 정도입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80세 드러머 소식이 퍼지면서 방송에도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죠. 후쿠오카 캐널시티 등 야외에서도 연주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찾아온 암…음악으로 이겨내
드러머로 인생 2막이 열리나 싶었는데,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걸을 때 자꾸 휘청거리고 현기증이 심해져 병원에서 검사받다가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은 것인데요. 올해 초 6시간이 넘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까지 했다는데요. 항암치료를 받고 또 담낭에 결석이 생기는 바람에 또 수술을 진행, 1년에 3번이나 수술을 받았습니다. 80세가 넘는 나이에 몸에도 무리가 갔는데요. 치료는 무사히 끝났지만, 체중이 10kg 정도가 줄어 드럼을 칠 힘도 없었다고 합니다.
몸과 마음이 나약해졌지만 그러면서 깨달은 것도 있었는데요. 역시 드럼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확실해졌다고 합니다. 아직 곡 하나를 다 연주하긴 어려운 체력이지만, 목표를 달성하면 참 좋겠다는 마음으로 체력과 실력 두 가지를 모두 키우는 데 집중 중이라고 합니다.
쿠라타씨는 요즘도 내년의 버킷리스트를 위해 연습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바로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을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강렬한 비트에 힘이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생사를 넘나들은 본인에게도 딱 맞는 노래기도 하고, 오랫동안 좋아했던 노래라 꼭 완곡하고 싶다고 합니다. 어려운 부분은 계속 반복 연습을 하며 내년 초 무대에 오를 날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네요.
예전에는 무작정 100살까지 연주하는 드러머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수술받고부터는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고 합니다. '100살까지 살 수 있다면 마지막 5년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지내자, 하지만 그전까지는 도전을 그만두지 말자'라는 것인데요. 온라인 매체 마이도나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나이가 몇살이든 시작해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드럼을 통해 알리고 싶다"며 "인생 마지막에 '내 인생 만세'라고 외칠 수 있는 삶이면 최고일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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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찾아온 병도, 무엇을 배우기에 늦었을 거라는 마음의 벽도 모두 경쾌한 드럼 비트에 날린 쿠라타씨인데요. 저도 70세에 무엇을 새로 시작해 배우고 있을지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졌습니다. 제가 언젠가 최고령 기타리스트, 드러머로 등장할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모쪼록 쿠라타씨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연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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