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패스트트랙 효과
건설사 수주 환경 개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한 빌딩에서 1·29대책 관련 주택 사업지인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를 현장 방문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고있다. LH가 소유한 삼성동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에는 518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강진형 기자
정부의 1·29 도심 주택공급 대책에 부동산개발업계가 새 사업 검토로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공공 유휴부지 10여곳과 노후청사 34개소 위치 및 착공 일정을 공개하자 인근 민간 유휴부지까지 개발 동력이 생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해까지 악성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에 묶여 있던 업계가 올해를 기점으로 규모 검토와 사업성 분석에 나서고 있다는 게 현장 분위기다.
"규모 검토 이미 시작…PF사태 후 새판 준비"
부동산개발업계 임원은 1·29 대책과 관련해 11일 "유휴부지 개발은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기존 거주민 이주 문제가 없어 추진 동력이 크다"며 "정부가 부지 리스트와 착공 일정을 공개적으로 내건 것 자체가 긍정적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업계에서 규모 검토나 사업성 분석은 이미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까지 악성 PF 정리에 매몰돼 있던 업계가 이를 마무리하면서 새 사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어 "새로운 프로젝트는 내년쯤 본격 착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도 같은 진단이 나온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정부의 공급대책에 대해 '서울 저활용 부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로 평가하며 "국가가 나서서 개발의 판을 깔아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단순 선언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모델을 표준화해 직접 시행에 나선다는 의미"라며 "민간 입장에선 '도시가 유휴부지를 그냥 두지 않는 분위기'라는 것을 신호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부지 활용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현물 출자 과세 이연이 촉매"
민간 개발이 살아나는 데는 제도 변화도 한몫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프로젝트 리츠(REITs)에서 현물 출자 시 과세를 이연해주는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며 "공공택지가 조성되면 그 주변으로 새로운 투자 기구를 활용한 민간 개발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시행된 프로젝트 리츠는 개별 개발 사업 단위로 리츠를 설립해 다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다. 세제 및 자금 부담 때문에 개발에 나서지 못했던 민간 부지 소유자 입장에서 사업화 문턱이 낮아진 것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우수한 부지를 보유하고 있어도 세제와 자금 부담으로 개발하지 못하던 유휴 부지들의 사업화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프로젝트 리츠 제도가 이를 촉진할 것"이라고 했다.
용산이 대표적 권역이다. 이번 대책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 1만가구를 포함해 용산 일대에만 약 1만4000가구 공급이 예정됐다. 이 연구원은 대규모 공급이 이뤄지면 유동 인구가 늘고 인근 인프라 정비가 뒤따를 것으로 봤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인접한 나진상가 12·13동 부지에서 약 1조원 규모 개발을 추진 중인 서부T&D처럼 이미 인근에 부지를 확보한 업체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부T&D의 취득가는 1000억원에 불과하다.
"건설 내수 반등 시작"
건설사 입장에서는 민간 주택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정부 주도 프로젝트가 안정적인 수주 기회를 제공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연구원은 "침체했던 건설 내수가 올해 정부의 마중물 투자에 힘입어 반등할 전망"이라며 "개발 수요가 확대되면서 민간 건축·주택 수주 역시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이 연구원도 "신규 발표된 공급 방안의 착공 일정이 대부분 2029~2030년이라 단기 실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인허가 절차 간소화, 공기업 예비타당성 평가 면제, 패스트트랙 등 제도 개선이 함께 추진되고 있어 건설사에 우호적"이라고 했다.
민간 개발의 속도는 결국 정부 착공이 얼마나 빨리 가시화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부동산개발업계 임원은 "지방자치단체 협의나 부지 이전 문제 등 변수가 남아 있긴 하다"면서도 "정부 개발 사업이 실제 돌아가는 게 보이면 민간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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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개발하겠다'는 선언만 했지 도구가 없었다"면서 "이번에는 토지 보상 협의 기간 단축, 노후청사 복합개발법 발의 등 실행 수단을 함께 갖춰 실행력은 어느 때보다 높다"고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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