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정오 주요 대학가 학생식당 가보니
고물가에 6000원대 학식…직장인도 찾아
치솟는 물가에 학자금 대출도 1조 돌파
지난 10일 낮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학생회관 1층 학생식당. 키오스크 앞에서 메뉴를 고심하는 학생들의 줄이 금세 10m 넘게 늘어섰다. 방학을 맞아 고요한 캠퍼스 교정과는 달리 학생식당에선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는 알림이 쉴 새 없이 울렸다. 널찍했던 식당 좌석은 아르바이트 시간 전후로 저렴하게 끼니를 때우는 이들이나 방학에도 서울에 머무는 자취생으로 가득 채워졌다.
방학에도 학생식당을 찾은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물가 부담'을 언급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대학생 김모씨(22)는 "방학 때라도 지출을 줄이려고 가능하면 학생식당을 이용한다"며 "배달 음식보다 건강에도 좋지 않을까 한다"고 웃었다. 석사 과정에 있는 대학원생 김영민씨(29) 역시 "대학원생이라 방학에도 연구실로 출근하는데, 외부 식당보다 가격이 저렴해 학식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에선 이날 메뉴 중 5300원짜리 닭곰탕(소면 포함)의 인기가 가장 뜨거웠다. 학교 인근 식당의 닭곰탕 가격이 1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 밖에도 산적구이와 와사비마요덮밥(5500원), 제주식 돼지수육해장국(6000원) 등 대체로 저렴한 가격대를 보였다.
학생식당 측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구성이 알차다 보니 학생들이 방학에도 많이 찾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서울 광진구 세종대 학생회관 지하 1층 학생식당 역시 발길이 몰렸다. 세종대 역시 우삼겹 된장찌개(6000원), 세종대왕 돈까스(6500원), 스팸치즈 순두부찌개(5800원) 등 부담 없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메뉴 구성이 학생들을 맞았다. 직접 세종대왕 돈까스 메뉴를 주문해보니 시중에서 판매되는 돈까스보다 작지 않아 가성비(가격 대비 만족도)가 뛰어났다.
세종대에서 만난 신모씨(20)는 "육회비빔밥을 6000원에 주문했는데 양도 많고 맛있어서 놀랐다"며 "요즘 물가에 어디 가서 이 가격에 육회비빔밥을 먹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외식 물가의 고공행진으로 대학생들의 발길이 학생식당으로 몰리고 있다. 저렴하게 끼니를 해결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캠퍼스가 한산해지는 방학에도 학생식당은 붐비는 것이다.
13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였지만 외식 물가와 식료품 물가는 모두 3.2% 상승했다. 전반적인 물가보다 외식비 상승 폭이 크다는 것은 생활비 부담을 느낀 학생들이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학생식당을 찾게 된 배경 중 하나로 풀이된다.
학생식당에 대한 수요 증가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고려대는 지난달 1만1919명이 학생식당을 찾았다. 방학 기간에도 학기 중의 60% 수준을 웃도는 인원이 학생식당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숙명여대는 학기 중에 일평균 500여명이 학생식당을 이용하는데 올해 겨울방학에도 이용률이 40%를 넘었다.
학생들의 어려운 지갑 사정은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한 학자금 대출 의존도만 봐도 알 수 있다. 교육부·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2학기 학자금 대출은 1조3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특히 생활비 대출은 2.8% 늘어나 최근 5년간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 학기 대출자는 31만명을 넘어서며 청년층이 빚을 통해 학업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식당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메뉴 가격을 정할 때 학생들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학교 측과 협의하고 있다.
세종대에서 학생식당을 운영하는 이종혁 산들푸드 부장은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학교·학생회 측과 협의를 거쳐 가격대를 산정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소문이 나면서 인근 직장인과 주민들까지 식당을 찾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지금 뜨는 뉴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학생식당은 학교에서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된 한 끼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며 "고물가 시대에 식비를 아끼기 위해 직장인들이 구내식당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이제는 학교와 학생식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