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신규 고용 33%가 저임금·비숙련 업종…지표 개선에도 연령·소득·직군별 양극화 심화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미국이 예상 이상의 분기 성장률을 내놓았다. 고용지표도 크게 개선됐다. 주식시장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중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체감하는 경기회복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은 듯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령·소득·직군별로 경기회복에 대한 온도 차이가 크다며 이는 미 고용시장의 질이 크게 악화한 데 따른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지난 10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자 수는 20만4000명으로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었다. 그러나 막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20만4000개 신규 일자리 가운데 33%가 식당 종업원이나 상점 계산원 등 저임금·비숙련 일자리다. 지난달 미국의 평균 임금상승률은 물가상승률을 겨우 넘은 2.2%에 그쳤다.
최근 3년 동안 미 고용시장에서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한 업종이 숙박업 및 요식업이다. 그러나 이들 업종의 시급은 10달러(약 1만720원)가 조금 넘는다.
같은 기간 일자리 창출이 가장 적은 금융·경영 부문의 시급은 30달러가 넘는다. 지난해 창출된 일자리 230만개 중 시급 20달러 이하인 직종의 비율은 35%다.
이에 따라 근로자 간의 임금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2009년 6월 이후 지금까지 임금 상위 25%의 임금 상승률은 12.2%를 기록했다. 그러나 하위 25%의 임금은 6% 오르는 데 그쳤다.
미 노동인구(25~54세)와 청년층(16~24세) 사이의 실업률 격차도 확대돼 올해 8.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는 금융위기 직전의 6.6%포인트, 1990년대 후반 금융위기 때의 8%포인트도 웃도는 것이다. 학력별 실업률도 다르다. 대졸 이상의 실업률은 3.8%지만 고졸 이하의 경우 10%를 넘어섰다.
임금 격차가 벌어지면서 소득 수준별 체감 경기도 큰 차이를 나타냈다. 캐나다 소재 투자은행 RBC캐피털에 따르면 연간 소득이 5만달러 이상인 가계와 5만달러 미만인 가계의 소비자신뢰지수 격차는 최근 47.5%포인트까지 확대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크게 벌어진 것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올해 연말 쇼핑 시즌에 미국인의 소비지출이 2008년 이후 최저점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용시장의 양극화는 미 경제성장에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미국의 올해 3·4분기 성장률은 2.8%(연율 환산)로 선전했다. 그러나 경제활동의 70%를 차지하는 가계지출은 2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이도 고용시장의 양극화와 무관하지 않다.
미 고용시장의 질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내총생산(GDP)이나 신규 일자리 수 같은 외형적 숫자에 반영되지 않는다. 미국이 단기 성장률 반등에 환호하기보다 장기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고용시장의 양극화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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