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태풍 전 고요일까. 현대ㆍ기아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업계의 전국 주요공장 생산라인이 여름휴가를 맞아 멈춰선 가운데, 8월 하투(夏鬪)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월 내 임금단체협상 타결에 성공하며 한숨 돌린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GM과 달리, 최대사업장인 현대차와 기아차는 여름휴가 직후인 8월부터 노동조합이 파상공세를 예고한 상태다. 더욱이 올해는 노조 집행부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라 8월 하투가 노조 행동조직 간 힘겨루기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은 이날부터 내달 2일까지 5일 간 공장 가동을 멈추고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쌍용차는 노조 창립일인 31일부터 내달 5일까지 쉰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조립공정이 진행되는 자동차 생산 특성상 이 기간 전국 주요 공장의 생산라인은 모두 멈춰 선다.
매년 자동차업계의 여름휴가는 노조 하투의 분수령으로 작동해왔다. 휴가 전 타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파업 등 쟁의행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완성차 업체들이 휴가 전 임단협 타결에 목을 매 온 이유기도 하다. 휴가 이후까지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차질이 커지며 고객들에게까지 피해가 미칠 수밖에 없다. 이를 의식한 르노삼성과 한국GM은 올해 휴가 전 타결을 최대목표로 삼아, 결국 협상에 성공했다.
더욱이 올해는 현대차, 기아차, 한국GM 등 대다수 노조 집행부의 임기가 종료되는 해다. 노사 협상에 포풀리즘과 정치권력 개입이 쉬운 시기인 셈. 이미 9월 선거를 앞두고 행동조직 계파 간 노-노 선명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추후 협상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8월 중순부터 후보 등록이 시작되며 본격적인 선거기간"이라며 "집행부 선거가 있는 해는 매년 임단협이 더 어려웠다"고 전했다. 집행부 선거 전 교섭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 해당 집행부에는 불명예로 평가되곤 한다.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올해 하반기 경영에 임단협과 사내하청(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문제 등이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사내하청의 정규직 협상은 노사 타결점을 찾지 못하며 희망버스 폭력사태 등으로까지 번졌다.
박한우 기아차 부사장은 지난 주 2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하반기 실적 변수로 노조 협상을 꼽으며 "임금협상과 노조 특근협상 등이 현안이다. 매년 하반기가 상반기 대비 실적이 낮다"고 우려를 표했다.
지난해 현대ㆍ기아차는 하투로 역대 최대규모의 생산차질을 기록했다. 현대차 노사는 작년 5월10일 상견례로 시작해 113일만인 8월30일 22차 임협 교섭을 통해 잠정합의안을 내놨다. 이 기간 부분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은 총 7만9362대, 1조 6464억원 규모였다. 기아차 역시 비슷한 시기 협상을 시작해 9735억원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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