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너무 기분이 좋다. 꿈만 같다.”
빅리그 11경기 만에 완봉승을 거둔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소감이다.
류현진은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와 인터리그 홈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 9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팀의 3-0 승리를 견인했다. 시즌 6승(2패). 내준 안타는 겨우 2개였다. 시종일관 상대 타선을 제압, 메이저리그 첫 완봉승을 선보였다.
한국인 선수가 빅리그에서 완봉승을 따낸 건 이번이 세 번째. 첫 주인공은 박찬호로 통산 287경기에 선발 등판해 세 차례 대업을 달성했다. 바통을 넘겨받은 건 현재 두산에서 뛰는 김선우. 8년여 전인 2005년 9월 25일 콜로라도 로키스 유니폼을 입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9이닝 3피안타 무실점의 호투를 뽐냈다.
경기 뒤 'ESPN'과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첫 완봉승이라 너무 기분이 좋다. 꿈만 같다”며 “홈구장에서 이런 승리를 거둬 더욱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완봉승을 거둘 수 있었다”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사실 위력투의 비결은 경제적인 투구다. 류현진은 9회까지 113개밖에 던지지 않았다. 이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79개. 볼넷 하나 없을 만큼 완벽에 가까운 제구로 7개의 삼진을 잡았다. 그 사이 평균자책점은 종전 3.30에서 2.89까지 떨어졌다.
류현진은 “항상 이긴다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르는데 그 점이 좋은 결과로 연결된 것 같다”며 자세한 비결을 공개하진 않았다.
류현진의 호투 앞에 오른손타자를 8명 배치한 에인절스의 작전은 무용지물이었다. 1회 세 타자를 모두 외야 뜬공으로 처리한 류현진은 2회 켄드릭에게 좌전안타를 내줬으나 나머지 타자를 땅볼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후 투구는 거침이 없었다. 3회부터 8회까지 19번의 맞대결을 모두 범타로 매듭지었다. 3회 땅볼 2개와 뜬공 1개를 이끈 류현진은 4회 세 타자를 모두 땅볼로 잡았다. 5회 역시 삼자범퇴였다. 땅볼 2개를 솎아낸 뒤 크리스 이아네타로부터 삼진을 빼앗았다.
팀 동료 루이스 크루즈의 2점 홈런이 터진 뒤에도 상승세는 계속됐다. 조 블랜튼과 에릭 아이바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6회를 삼자범퇴로 마쳤고, 7회 에인절스 중심타선을 공 7개만으로 무력화시켰다. 마이크 트라웃을 루킹삼진으로 잡았고 앨버트 푸홀스와 마크 트럼보를 각각 2루수 직선타와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류현진은 8회와 9회에도 이렇다 할 위기를 초래하지 않았다. 8회 이아네타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맞았지만 J.B 슈크를 유격수 앞 땅볼로 유도했고, 9회 삼진 1개와 땅볼 2개를 잡으며 데뷔 첫 완봉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9회 최고 구속 151km를 찍을 만큼 체력을 비축해 얻은 값진 성과였다.
활약은 마운드에서만 빛나지 않았다. 배트를 쥐고도 3타수 1안타를 쳤다. 안타가 터진 건 3회 첫 타석. 상대 선발투수 블랜튼의 시속 143km 포심 패스트볼을 밀어 쳐 원 바운드로 오른 담장을 맞혔다. 대형타구에 류현진은 2루까지 안착했다. 시즌 7호 안타이자 두 번째 2루타. 후속타 불발로 추가 진루는 없었지만 타선의 무안타 침묵을 깨는 의미 깊은 타구였다.
이와 관련해 'ESPN'이 ‘한국에서도 잘 쳤나’라고 묻자 류현진은 “한국은 지명타자 제도를 적용해 배트를 잡지 않았다. 지난겨울 캠프에서 열심히 연습한 덕이다”라고 답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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