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공상과학 영화 속의 무인 자동차나 비행기가 서서히 현실에서 실현되고 있다. 세계적 인터넷기업 구글이 무인자동차 기술을 연구 중인 것은 잘 알려져 있으며 올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처음으로 무인자동차 운행을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먼저 접하는 것은 무인 자동차보다 무인 여객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미 무인항공기 기술은 군사 분야에서 실용화된 지 오래다.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실전에 투입되고 있는 ‘드론(Drone)’이 대표적이다. 단순한 정찰 용도를 넘어 이제는 미사일 등을 탑재한 전투용 드론까지 쓰이고 있다. 이같은 무인항공기 기술의 발전이 민간 분야까지 빠르게 도입되면서, 12월 안에는 영국 랭커셔의 ‘와튼 에어로드롬’ 시험비행장에서 제트스트림 쌍발 소형여객기의 무인 비행 테스트가 시도될 계획이다.
이번 실험은 민수용 화물기나 여객기의 무인 운항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영국 민관공동 프로젝트 ‘아스트라이아(ASTRAEA)’의 일부다. 조종사가 지상의 ‘컨트롤 룸’에 앉은 채 이륙에서 착륙까지 모든 과정을 컴퓨터로 제어할 계획이다. 그러나 다른 조종사도 별도로 비행기에 탑승해 돌발 상황 발생시 직접 조작을 맡는다.
순조롭게 개발된다면 무인 여객기는 무인 자동차보다 먼저 실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운항되고 있는 여객기들에는 이미 자동 항법장치가 쓰이고 있으며 이륙과 착륙도 많은 과정이 컴퓨터의 도움으로 이루어진다. 무인 여객기 실험의 목적은 조종석에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도 모든 과정이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아스트라이아 프로그램에 약 6200만파운드(약1070억원)를 지원하고 있다. 긴축정책으로 예산 사정이 빠듯한 가운데서도 영국 정부가 이처럼 공들이는 이유는 빠르게 발전하는 무인항공기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방산업체 BAE시스템즈를 비롯해 롤스로이스, 탈레스, 캐시디언, AOS 등 7개 유럽 항공·방위산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무인항공기 기술 상용화에 따른 시장 규모는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운항 뿐만 아니라 항공사진촬영, 교통정보 수집, 삼림·국경 감시, 순찰, 전력망 통제까지 현재 유인 항공기·헬리콥터가 투입되는 모든 분야에서 크게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민수용 무인항공기 시장 규모가 오는 2020년이면 500억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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