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밑빠진 독과 같은 그리스, 비틀거리는 스페인까지 바람 잘 날 없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모처럼 희소식이 찾아왔다. 아일랜드가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이다. 군소국인 에스토니아를 제외하고 유로존 회원국으로는 부채위기가 전면화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17일 아일랜드의 신용전망 상향으로 유로존이 오랜만의 낭보에 고무되어 있다고 전했다. 피치는 지난주 14일 아일랜드의 국가신용등급 ‘BBB+’를 유지하고 등급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아일랜드의 재정적자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고 은행권 자본조달 여건도 개선돼 추가 구제금융 지원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면서 내년에 시장에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지난 주말 아일랜드 국채 9년물 금리는 4.7%를 기록해 2010년 6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16일에는 5억유로 규모의 3개월짜리 단기국채를 0.55%의 발행금리로 조달했다. 지난주 그리스가 3개월물 단기국채를 4.2%에 발행한 것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이다.
아일랜드는 2년 전인 2010년 11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 지원을 받아 내년 종료를 앞두고 있다. 비록 위험요인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피치의 등급전망 조정은 아일랜드가 유럽 자본시장에 성공적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서 지난주에는 아일랜드 최대 은행인 뱅크오브아일랜드가 2010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10억유로 규모의 커버드본드(금융회사가 우량자산을 담보로 해 발행하는 채권)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2년 전 국내총생산(GDP) 대비 32.4%에 달하던 아일랜드의 재정적자도 올해 8.6%까지 줄어들었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대로라면 2015년까지 EU 목표치인 3%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FT는 아일랜드의 이같은 구제금융 ‘졸업’이 독일 등 유로존 중심국가들에게 상당한 자신감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달 초순 아일랜드 방문에 앞서 “유로존의 은행 자본재확충 지원이 시작될 경우 아일랜드 은행들에도 특별히 소급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줄리언 캘로우 바클레이스은행 이코노미스트는 “IMF와 유로존 지도자들은 아일랜드를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뒀다는 간판사례로 선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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