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범 기자] “11월 비수기는 없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시즌이 극장가 최대 성수기라면, 그 시기를 앞둔 3~4월과 10~11월은 찬바람이 부는 비수기 시즌이다. 하지만 최근 이 공식이 깨지고 있다. 한국영화 시장의 흥행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6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박스오피스 1위부터 10위권 가운데 한국영화가 무려 6편이나 포진돼 있다. 특히 1위부터 5위까지에 세 편이 몰려 있는 점만 봐도 한국영화의 흥행세가 이젠 시기와 상관없는 흥행에 집중되고 있는 점을 볼 수 있다.
5일까지의 결과를 보면 우선 한국영화 흥행의 주도권은 ‘늑대소년’이 이끌고 있다.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17만 984명을 동원하며 누적 관객수 146만 5439명을 끌어 들였다. 흥행의 원동력은 단연 소재의 참신함이다. ‘늑대소년’이란 전래동화 속 소재를 끌어 들인 점, 10~20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송중기-박보영 커플의 연기, 여기에 칸 영화제 수상 출신 조성희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이 결합돼 의미 있는 1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관객들의 입소문으로도 빠르게 퍼지며 흥행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1000만을 돌파한 ‘광해, 왕이 된 남자’ 역시 개봉 두 달이 지났지만 같은 날 3만 5616명을 끌어 들이며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사극이란 장르적 한계성과 평일 수요, 개봉 시기 등을 감안하면 기록적인 결과물이다. 여기에 대종상 15관왕이란 타이틀까지 더해지면서 흥행력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누적 관객수는 1145만 4445명.
4위에 오른 ‘용의자X’는 앞선 두 편에 비해 큰 반향은 없다. 하지만 소리 없는 강자다운 면모로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는 중이다. 이날 1만 2451명을 동원하며 누적 관객수 147만 4555명을 끌어모았다. 배우 출신 방은진 감독의 세밀한 연출력에 류승범-이요원-조진웅으로 이어지는 연기파 배우 삼인방의 밸런스가 기계처럼 맞물리며 3040세대 남녀 관객들의 큰 인기를 끄는 중이다.
세 편의 ‘한국영화 빅3’가 점령한 한국영화 시장. 당분간 ‘극장가의 비수기’란 말은 통용되기 힘들것으로 보인다.
김재범 기자 cine517@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