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예보 믿고 '우산' 사면 바보라더니만"

‘기상시장’ 2012년 상반기만 1850억원, 2011년 2219억원의 83% 수준 급성장…기상청 위기감 느껴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60년 넘게 날씨를 독점해온 기상청에 위기가 닥쳤다. 민간기상회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날씨 예보도 경쟁체제가 됐다.

기상청이 지난 16일 삼성화재의 기상전망보고서를 문제 삼고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나선 것도 2009년부터 예보시장이 민간에 허용된 뒤 급성장하고 있는 민간예보업체에 대한 견제를 위한 것이다.

기상청이 16일 밝힌 민간예보시장 규모는 올 상반기에만 기상기업 매출액과 새 발굴사업분야를 포함한 시장규모가 1850억원에 이른다. 기상청이 기상기업으로 등록한 147개(2012년 6월기준) 업체를 대상으로 지난 6월21일부터 7월3일까지 이메일과 전화로 조사한 결과다.

이는 지난해 시장규모 2219억원의 83%에 이르는 것이다. 또 지난해 같은 기간(1245억원)보다 605억원이 늘어 49%의 신장률을 나타냈다.

이를 나눠보면 기상기후산업 매출액이 836억원, 기상기후산업 확장부문 매출액은 ▲기상정보유통업 157억원 ▲금융보험업 307억원 ▲기상관련 연구개발(R&D) 320억원으로 조사됐다. 추가적으로 조사된 다른 산업(융합)분야 시장규모는 230억원으로 항공, 교통, 국방, 관광 등 기상관련 산업들이 들어가있다.

특히 기상서비스부문 가운데는 기상분야 소프트웨어(S/W)개발부문이 크게 늘었으나 기상장비부문 매출액(460억원)이 전체매출액의 약 5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기상서비스 245억원(29%), 기타 기상산업 131억원(16%)으로 조사됐다.

기상청 입장에선 특화된 영역인 예보, 특보까지 이들 민간기업이 치고 들어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느끼고 있다.

삼성화재 방재연구소가 ‘2012년 여름 기상전망’ 보고서와 참고자료를 통해 이달 말부터 내달 중순까지 2∼3차례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예상된다고 내다본 근거도 민간기상업체에서 넘겨받은 자료다.

다음 달 하순에 올 태풍은 우리나라에 기록적인 피해를 줬던 태풍 ‘매미’나 ‘루사’급과 맞먹을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기상청은 특히 날씨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많은 여름철의 경우 태풍의 세기나 집중호우 시기 등을 한 달 이상 전에 내다보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정확도를 보장할 수 있는 예보기간은 15일쯤에 머문다는 견해다.

때문에 기상청이나 민간기업의 예보기술은 예년 평균치를 중심으로 다룰 수밖에 없다. 기상청의 한 통보관은 “책에 반영될 부담이 없는 민간업체가 아니면 말고 식의 예보를 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상청 예보기술이 민간기업들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능력을 갖췄다면 모르겠지만 이마저도 아닌 이상 민간기업들과 경쟁은 불가피해졌다. 결국 삼성화재와 예보 논쟁으로 기상청의 얼굴만 구긴 모양새가 됐다.

이영철 기자 panpany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