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차 매출 떨어질라” 신중한 태도
고유가 시대다. 국내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는 기간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1분기 휘발유와 경유 소비량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이에 정부가 ‘석유소비절감책’과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로 활로를 모색중이다. 자동차 업계는 일단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부진했던 그린카 매출을 올리기 위한 찬스이기도 하지만, 중대형 차의 판매실적이 낮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함께 엿보이기 때문이다.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100%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석유 소비가 계속 증가해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의견이다. 따라서 정부는 석유소비 행태를 에너지 절감형으로 바꾸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대안을 마련했다. 고효율차량의 생산·판매·보급을 확대해 친환경 운전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난 5월 23일 정부는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고, 석유소비 절감책을 통해 2015년까지 누적 2600만 배럴(작년 석유수입량의 2.8%)의 석유를 감축하고, 1차 에너지 가운데 석유소비 비중을 2010년 40%에서 2015년 33% 이하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평균연비·온실가스 분야는 2025년까지 EU 수준으로 개선한다. 이를 위한 한 부분으로 고효율 자동차의 개발·판매 촉진을 유도하기로 했다.
자동차 연비 규제도 강화된다. 현재 자동차 제조사들은 2015년까지 평균 리터당 17㎞ 연비를 맞춰야 하지만, 2020년엔 일본 목표수준인 리터당 20.3㎞, 2025년엔 EU 수준인 리터당 22.4㎞ 연비를 충족해야 한다. 하이브리드차, 소형차, 전기차 등 보급을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정부는 우선 하이브리드카(개소세, 지방세, 공채 등 최대 310만원 면제)와 경차(지방세)에 대한 세제감면 혜택을 당초 올 연말에서 2015년까지 3년 더 연장키로 했다. 또 차량 구매시 온실가스 배출량(연비)에 따라 중대형 이상급에는 부담금을 물리고, 소형차 이하급에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마련했다.
환경부 주관으로 진행되고 있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이산화탄소(CO₂)를 적게 배출하는 자동차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많이 배출하는 차량은 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30g/㎞ 이하인 차를 구입하면 정부로부터 최대 30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 받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41g/㎞ 이상인 중·대형차를 구입할 경우 최대 150만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협력금 제도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131~140g/㎞를 중립 구간으로 놓고 130g/㎞ 이하인 차에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141g/㎞ 이상인 차에는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 방안은 구간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한 사회적 피해비용만을 고려해 산정한 것으로 내년에 적용될 실제 보조금과 부담금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부담금 징수비용과 환경행정 운용비용에 따른 적정 세입·세출 규모 유지와 시장반영여건을 감안해 구간 조정 및 보조금·부담금 수준을 재설계 할 방침이다.
김경미 환경부 교통환경과 사무관은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와 관련 지원금을 내야하는 사람들의 부담감에 대해 “사회적인 수용성, 부의 재분배 측면을 고려해 검토중”이라며 “하지만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책임도 있어야 할 것”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소비자 설문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 결과를 보완해서 수요이동 예측 이라든지 기술 개발 사회적 형평성 정책 수용성을 넣어서 조정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탄소 배출과 관련, 지원금을 받거나 혹은 돈을 내야하는데 정확한 기준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탄소를 줄이고자 하는 국가의 정책 목표에 따라 자동차 부과 기준에 대해 세심하게 고려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와 관련해 “하이브리드 차의 판매 촉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반 소비자들이 환경과 차량의 상관관계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는 등 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미 일본은 2007년부터 국민 전체가 하이브리드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예를 들며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에 ‘쏘나타 하이브리드’, ‘K5 하이브리드’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일부 소비자들 사이 연비가 떨어진다는 분위가가 조성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는 평상시 한 템포 느린 운전을 해야 하는데 급하고 빠른 운전을 하면 중간에 모터가 개입돼 연비가 줄 수 없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전체 시장 자체를 축소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반응이 시원치 않다. 그는 “사실 중·대형차를 팔아야 판매매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꼬집으며 “프랑스의 경우 관련제도 시행 후 중·대형차 판매량이 10% 감소했고, 경소형차는 10%늘었다”고 말했다.
전체적인 그림에서는 자동차 업계가 수익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인 분위기니까 반대는 못하지만 떨떠름한 분위기일 것 이라는 게 김 교수의 예상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내수가 좋지 않다”며 “제도가 시행되면 분명히 영향이 있겠지만 섣불리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고, 영향이 어느 정도 미칠지는 두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친환경車 구입하면 텃밭도 줍니다”
전 세계 흐름이 친환경 그린카로 흘러가고 있는 만큼 자동차 업계도 잇따라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차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하이브리드 캠리, 프리우스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도요타의 이색 마케팅이 눈길을 끈다.
최근 한국도요타는 하이브리드 페어 캠페인의 일환으로 ‘도요타 주말 농부’를 모집했다. ‘도요타 주말 농부’는 하이브리드 캠리, 프리우스 기존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친환경 농법으로 텃밭을 가꾸는 주말 농부가 돼 농산물을 직접 재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다.
6월 10일까지 도요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받았으며, 선정된 총 20가족에게는 한 가족 당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에 위치한 텃밭 5평과 재배 모종, 농기구 등이 지원된다. 분양 기간은 11월 말까지이다. 이번 행사는 직접 손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식재료로 사용함으로써 농산물의 장거리 이동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에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분양 받은 5평 중에서 1평에서 재배된 농산물은 소외계층에게 기부할 수 있어 직접 농산물도 재배하고 이웃사랑도 나눌 수 있다.
환경부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6월 9일 인천 서구 국립환경과학원 내 교통환경연구소에서 국내 우수 파워블로거 20인을 대상으로 ‘저탄소 자동차’ 시승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시승행사는 저탄소 자동차의 연비효율과 가속성능 및 승차감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마련됐다.
국내 포털에서 활동하는 자동차 분야 파워블로거인 참석자들은 환경부의 '저탄소차 협력금'에 관한 운영방안을 들은 후, 저탄소 자동차(EV, FCEV, HEV 등)를 직접 시승했다. 행사에 참가한 파워블로거 이재근(38)씨는 직접 시승해본 하이브리드카에 대해 “디자인, 주행성능, 편의사양 등 모든 것을 갖춘 탐나는 차”라고 호평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최근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고려해 뉴미디어를 통해 저탄소차 협력금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자동차 소비패턴을 저탄소차로 전환하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다”며 “이번 행사로 저탄소차의 뛰어난 성능과 디자인이 파워블로거의 입소문을 통해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코노믹 리뷰 이효정 기자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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