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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때 기다리는 남친 좋았는데 '이럴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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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사랑'이라 말하고 나는 '폭력'이라 부른다"

"사랑할래 죽을래?" 데이트 폭력의 실상


퇴근때 기다리는 남친 좋았는데 '이럴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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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트로트 그룹 아이리스 멤버 고(故) 이은미(24)가 전 남친 조모(29)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지 1년이 지났다. 이은미의 결별 선언에 대해 비뚤어진 앙심을 품은 조씨의 극단적인 선택이 부른 참극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범행이 매우 잔혹하고 죄질이 무겁다"며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시작은 함께 했으나 헤어질 때는 자유롭지 못한 관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로 유지되는 관계, 이런 모든 유형의 사랑이 결국은 무형의 폭력이 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폭언과 물리적 폭력까지 개입됐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사랑하니까'라는 명제로 묵인됐던 '데이트 폭력'의 실태를 되짚어봤다.


#1. 남자친구가 교제한 지 3개월 정도 됐을 때부터 감시와 통제가 심해졌어요. 휴대폰 감시는 물론이고 퇴근할 때는 직장까지 찾아와요. 성관계도 강제적이고 반항하면 주먹도 휘둘렀고요. 참다 못해 헤어지자고 하니 부모님께 "성관계 사실을 알리겠다"며 협박해 더 끌려 다녔어요. 결국 부모님께 사실대로 털어놓고 도움을 받아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지만 후유증 때문에 직장도 그만 두고 외출도 제대로 못해요.(25·여·간호사)

#2. 제 남자친구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에 외모까지 훤칠하지만 업무상 겪는 스트레스 탓인지 언젠가부터 저에게 "X년", "XX년" 등의 욕설을 해요. 또 덜컥 임신을 하게 되자 낙태를 강요했어요. 이후 낙태 후유증 때문에 힘들어하자 "남들은 낙태해도 잘만 사는데 대수롭지 않은 수술하고 생색낸다"고 화를 냈고요.(33·여·스튜어디스)


#3. 스마트폰 데이트 어플에서 남자친구를 알게 됐어요. 한 달 정도 문자만 주고받다가 만나서 정식으로 사귀게 됐는데 다짜고짜 결혼하자고 졸라댔어요. 헤어지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자 제 목으로 조르고 자기 몸도 자해하며 협박했어요. 칼을 사와 "너 죽고 나죽자. 딴 남자를 만나면 그 남자도 죽여 버리고 너도 사회적으로 매장시켜버리겠다"고 협박했어요.(22·여·수험생)


소개한 사례들은 모두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들이다. 데이트 폭력이란 이성애(이성으로서 서로 좋아하는 감정)의 감정을 가지고 만나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언어적·육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을 뜻한다. "X년" 등의 욕설은 물론 "XX 같은 X" 등의 폭언으로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위협하거나 머리채를 잡는 것, 뺨을 때리는 것, 성관계를 강요하는 것, 심지어 감금하는 것 등 일체의 모든 행위가 데이트 폭력에 해당된다.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강간이나 성추행, 성희롱, 스토킹 등 전체 성폭력 상담건수 가운데 데이트 폭력의 사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한해 평균 성폭력 상담건수 500여건 중 데이트 폭력과 관련된 상담 비율은 2007년 27.7 %에서 2011년 38.4%로 눈에 띄게 증가해 왔다.


데이트 폭력 유형으로는 스토킹이 65%, 강간 18%, 몰래카메라 촬영 6%, 통신매체이용음란 5%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는 모든 연령대에 걸쳐 나타났지만 20~29세와 30~39세에서 발생할 비율이 각각 전체 발생건수의 56%와 24%로 두드러지게 높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가해자들은 "여성이 먼저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합리적인 이유를 대며 폭력의 원인을 상대 여성에게 전가시킨다. 이들은 여성을 대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고 자신의 소유물로 인식하는 가부장적 사고를 지니고 있으며 자기변명, 합리화, 정당화에 능하다. 이들은 피해자를 자기 통제 하에 두려는 목적으로 피해자의 부모, 직장, 관계증거물(사진, 영상물), 학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협박의 수단으로 활용한다.


반면 여성들은 가해자가 데이트 초기에 보이는 집착적 징후에 대해 애정 혹은 질투 문제로 간과하는 실수를 범한다. 가해자의 폭력 행위가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경우와 심하지 않았던 경우, 자신도 잘못한 경우에 있어 경계를 허물고 상대방의 잘못을 용인하는 것이다. 또 애정관계라는 특성상 형사고소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백미순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여성들 대부분이 관계를 단호히 끊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면서 "피해 여성들의 이같은 취약한 심리상태가 건강하지 못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일조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데이트 폭력 후 여성이 받게 되는 후유증은 상당하다. 불안, 수면장애, 우울증, 대인기피증 등의 심리적 어려움은 물론 직장을 그만두는 등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대인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양상도 보인다.


서경남 한국여성의전화 국장은 "연인 관계라 할지라도 폭력은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끌려가면 끌려갈수록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서 국장은 "드라마나 매스미디어에 비친 나쁜 남자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자신의 정신과 건강을 지키려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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