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혐의 큰 다국적기업 대상…본·지사 등 특수관계자 간 국제거래 정밀분석, 과세가격 조작도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세관은 지난해 A사를 적발, 33억원의 관세 등을 추징했다. 또 위스키를 수입하는 D사는 외국본사인 영국에서 낮은 값으로 위스키를 들여오다 수천억 원의 관세를 세관으로부터 추징당했다. 2010년엔 1940억원, 지난해엔 2167억원으로 관세청 개청 후 최대액수다. 디아지오코리아가 관세를 줄이기 위해 수입가를 낮게 신고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관세청은 3일 이처럼 관세탈루 혐의가 큰 다국적기업을 대상으로 기획심사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관세청은 특히 본·지사 간 국제거래 등 관세탈세를 잡아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11개 중견제조업체와 국내 지사를 대상으로 기획심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수년간 기업심사 동향을 살펴본 결과 본·지사 등 특수관계자 간 국제거래에 따른 관세탈루혐의가 짙다는 관세청의 분석이다. 수입가격조작은 물론 물품가격을 수수료로 주는 등 관세누락이 다양하다는 설명이다.
관세청은 매출 총이익률이 높거나 변동이 심한 업체와 로열티 등을 과세가격에서 빠뜨릴 가능성이 높은 곳을 정밀분석, 심사대상 업체를 골라냈다.
현재 국내에 있는 약 14만개 수입업체 중 특수관계 수입사는 약 5000곳으로 지난해 1834억 달러어치가 수입됐다. 전체수입의 32.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관세청이 최근 4년간 기획심사로 추징한 세액만도 전체세액(약 1조7억원)의 70%인 약 7013억원으로 집계됐다.
관세청 관계자는 “특수관계 업체의 추징이 많은 건 수입규모가 큰 탓도 있으나 독립된 당사자간의 거래보다 특수관계를 악용한 과세가격조작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은 이들 업체를 상대로 특수 관계영향에 따른 저가신고 등 탈세여부를 중점심사하고 외환거래, 원산지표시 적정성 등 통관적법성 분야를 종합 점검한다.
물품가격의 일부를 구매수수료, 연구개발비, 로열티 등으로 주고 과세가격에서 빠트려 탈세하려는 시도가 자주 걸려들어 이 부분에 심사가 집중된다.
한편 유명신발, 의류브랜드인 B사의 제품을 수입 판매하는 한국지사는 중개업체에 수수료를 주면서 과세대상인 중개수수료가 아닌 비과세되는 구매수수료로 비용처리해 5200억원을 신고누락했다가 120억원을 추징당했다.
☞‘특수관계’란?
수출자와 수입자가 서로 본사, 지사관계 등과 같이 특수한 관계에 있어 한쪽 당사자가 상대방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관계를 말한다.
관세청은 특수관계 업체의 추징이 많은 건 특수관계업체의 수입규모가 커기도 하지만 독립된 당사자간의 거래보다 특수관계를 악용한 과세가격 왜곡의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특수관계자간 거래에 있어선 거래가격의 임의조정이 쉬워 물품가격을 낮게 해 관세 빼먹는 방법이 쓰여 왔다.
왕성상 기자 wss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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