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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사람들 앞에서 약해보이고 싶지 않아요,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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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서 빗소리 듣는 건 좋은데 밖에서 이동할 때 진흙 묻는 건 싫어요.” 수지와의 인터뷰가 있던 날은 4월 치고는 낮은 기온에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한 마디로 우울한 날씨였다. 비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지극히 현실적인 대답을 내놓은 이 소녀와의 대화는 아이돌이나 신인배우와의 인터뷰라기보다는 과외를 받으러 온 여고생에게 듣는 하루 일과 같았다. <건축학개론>이라는 영화 제목이 “너무 마음에 안 들었다”는 사소한 불만에서부터 “처음 봤을 땐 시나리오가 되게 재미없었다”는 첫인상까지 영화의 여주인공에게선 듣기 힘든 솔직한 고백이 그 분위기를 더 부채질 했을 것이다. 아침부터 8개 매체를 순회하고 마지막 인터뷰를 하러 온 수지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견디는 데 익숙한 아이돌이었지만 라면에 대한 애정을 밝히거나 스태프들에게 쓴 손편지를 자랑스레 말할 때는 재잘대는 수다만으로 주변의 공기를 바꿔놓는 발랄한 10대 소녀었다.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지만 사랑보다는 노래방이 더 고픈 열여덟 수지가 영화와 일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수지│“사람들 앞에서 약해보이고 싶지 않아요,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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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사람들 앞에서 약해보이고 싶지 않아요, 절대”


수지는 이제 막 영화 한 편을 끝냈지만 카메라가 두렵거나 화면 속 자신의 모습이 어색한 신인은 아니다. <건축학개론> 이전에 KBS <드림하이>로 극을 이끌어가는 주연을 경험했고, 미쓰에이로 무대 위의 카메라를 조련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럼에도 영화를 하면서 처음 경험한 것들은 아직도 특별하다. “영화를 찍으면서도 내내 스크린에 얼굴이 나오는 게 늘 궁금했어요. 시사회날 처음 영화를 보는데 너무 떨렸어요. 모든 사람들이 숨 죽여서 보고, 웃는 장면에서도 다 같이 웃으니까 재미있었어요. 물론 못생겨보이지는 않을까, 다크서클이 보이지는 않을까 살짝 걱정했어요. (웃음) 큰 화면이니까.” 물론 그 걱정들은 무대인사를 돌면서 받은 열광적인 반응 덕에 날릴 수 있었다. “음악방송 온 기분”을 느끼게 해준 군인들의 함성과 “앞으로 바싹 당겨 앉은 업된 분위기”의 관객들이 말해주는 영화평은 수지에게 첫 영화가 준 선물이었다.

수지│“사람들 앞에서 약해보이고 싶지 않아요, 절대”


<건축학개론>의 서연은 96학번 대학생. 1994년생 고등학생 수지는 삐삐를 본 적도 없고, CD 플레이어보다 MP3 플레이어가 익숙하다. 아직 첫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한 수지에게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시대의 서연은 어떤 존재였을까?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런데 서연이는 저랑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밝고 명랑하지만 저보다는 훨씬 귀엽고. 전 무뚝뚝하잖아요. (웃음) 서연이는 친구가 없으니까 승민이한테 더 마음이 갔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여우같기도 하고. (웃음) 되게 매력 있는, 남자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 같아요. <드림하이>의 혜미를 연기할 때는 감정 없이 툭툭 던지기만 하면 됐는데 이번엔 감독님이 군인 같다고 귀엽게 하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그걸 못하겠는 거예요. 귀여운 거를! 조금 더 발랄하게 하려고 무지 노력했어요. 그리고 그 시대를 안 살아봐서 살짝 공감이 덜 되는 부분도 많았는데 시대는 달라도 사람이 만나서 가까워지는 건 다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수지│“사람들 앞에서 약해보이고 싶지 않아요, 절대”


수지│“사람들 앞에서 약해보이고 싶지 않아요, 절대”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은 수지를 “잠수함 같다”고 표현했다. “묵묵하고 조용히, 그리고 가장 멀리까지 간” 잠수함 같은 배우는 주어진 디렉션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어느 순간 그 이상을 해냈다고 한다. 승민의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인 “꺼져줄래?”에 대한 서연의 무너짐을 얼굴에 스치는 미세한 표정으로 보여준 수지를 가능케 했던 건 메모로 빼곡했던 콘티북이 아니었을까? “이해가 잘 안 되는 것들을 적어놨어요. 여기서 서연이는 왜 이런 말을 할까, 서연이랑 승민이는 갑자기 왜 여기로 가지? 물어봐야지! 이런 글을 많이 써놨던 거 같아요. 이해가 안 되는 채로 연기할 순 없으니까 많이 생각해보면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은 건 물어보려고 메모를 했어요.” 그 결과 수지는 연기돌보다 묵직한 잠수함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푸하하하하, 잠수함이요? 그게 뭐예요? 진짜 감독님이 그러셨어요?” (동석한 홍보 담당자가 회사에 소문을 낼까 말까 고민하자) “전 좋아요. 그럼 잠수함에 탄 군인인 거죠? 좋아요!”


수지│“사람들 앞에서 약해보이고 싶지 않아요, 절대”


생방송에 가까운 드라마의 촬영 과정을 경험한 수지는 그에 비해 시간적인 여유가 허용된 영화 현장에 마냥 즐거웠다. “드라마는 그날 방송해야 될 게 있으니까 빨리 찍어야 해요. 그래서 연기가 마음에 안 들어도 어쩔 수 없이 다음 컷으로 넘어가야 되는데 영화는 여유가 있어서 좋았어요. 한 번 찍고 모니터 보고 다시 찍고, 감독님이랑 얘기하고 다른 버전으로도 해보고, 이렇게도 해보고 감독님이 이번엔 니 마음대로 해봐 하셔서 다르게 해보고. 감독님께서도 전 테이크가 뒤로 갈수록 연기가 더 좋아진다고 하시더라구요. 정말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을 때까지 할 수 있는 건 영화에서만 가능한 일이잖아요.” 공들인 현장 뿐 아니라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도 수지는 다시 한 번 영화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아쉬웠다고 생각한 부분들이 많았는데 그걸 감독님이 커버해주셨어요. 화려한 편집의 기술로. 저 정말 놀랬어요. 아, 편집의 힘이란!”


수지│“사람들 앞에서 약해보이고 싶지 않아요, 절대”


수지│“사람들 앞에서 약해보이고 싶지 않아요, 절대”


종이와 연필보다는 키보드와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지만 수지는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를 좋아하고, 매일 일기를 쓴다. 그날 그날을 반성하는 짧은 메모들을 모은 일기가 이미 한 권을 다 채운 상태. “요즘은 너무 바빠서 들어가자마자 잠깐 앉아 있다가 잠들어서 화장도 못 지우고 잔 적이 많아요. 그래서 잘 못썼어요. 미쳤어요! 써야 되는데! 후회가 되는 일이 있으면 집에 가서 이러지 말아야지,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써요. 전에 썼던 것도 가끔 보는데 기특해요. (웃음)” 일기가 자신에게 쓰는 편지라면 스태프들에게 특별한 날 보내는 편지는 선물이다. “원래 편지 쓰는 걸 좋아하는데 크리스마스에 <건축학개론> 촬영을 했어요. 다들 외롭고 크리스마스에 촬영해야 하니까 너무 가슴 아프잖아요. 며칠 전부터 계속 저 혼자 생각을 해봤는데 선물을 하기엔 좀 오버하는 거 같고 소소하게, 부담스럽지 않게 작은 감동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자그마하게 카드를 써보려고 엄마랑 카드를 사러 갔어요. 얼핏 봤을 때는 이삼십 명쯤 되는 줄 알고 매니저 오빠한데 인원 체크 좀 해달라고 했더니 60명이라는 거예요! 뭐?!!! 카드 값이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웃음) 카드 60개를 하나하나 다 골라서 명단을 보면서 60명한테 다 쓰니까... 잠 안 자면서 썼구요, 자기 전에 꼬박꼬박 썼어요. 힘들었는데 다들 너무 좋아해주셔서 보람 있었어요.”


수지│“사람들 앞에서 약해보이고 싶지 않아요, 절대”


수지│“사람들 앞에서 약해보이고 싶지 않아요, 절대”


<건축학개론>을 준비하면서 전에는 잘 보지 않았던 멜로영화들을 챙겨봤다는 수지. 어떤 영화가 제일 좋았냐고 묻자 망설임 없이 <8월의 크리스마스>를 꼽는다. “슬픈 영화를 평소엔 잘 안 보는데 <8월의 크리스마스>는 너무 좋아서 몇 번이고 다시 봤어요. 별 거 아닌 거에도 눈물 흘리는 걸 좋아하는데 그렇게 슬픈 영화를 찍어보고 싶어요.” 눈물이 많지만 결코 남 앞에서 우는 걸 좋아하지 않는 씩씩한 소녀에게 MBC <놀러와>에서 흘린 눈물은 예외적인 경우였다. “주변 사람들은 저를 눈물이 없다고 생각할 거예요. 왜냐하면 전 혼자 울거든요. 남 앞에서 울고 싶진 않아요. 나이 들어 갈수록 눈물이 더 많아지는 것 같긴 한데, 사람들 앞에서 약해보이고 싶지는 않아요, 절대. (웃음) 강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기보다는 강한 척 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요. 은근히 티는 안내려고 하는데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사람들한테 되게 많은 걸 바라죠? (웃음) 가장 바라는 건 사람들이 저를 봤을 때 행복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또 저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봐주면 좋을 것 같아요.”


수지│“사람들 앞에서 약해보이고 싶지 않아요, 절대”


수지│“사람들 앞에서 약해보이고 싶지 않아요, 절대”


수지의 요즘 고민은 대학 진학과 대학에서 할 공부에 관한 것이다. 대학에 입학하는 아이돌들이 흔히 택하게 되는 연기나 음악 관련학과보다 수지가 관심 있는 전공은 심리학. “사람을 볼 때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다 궁금해요. 그런 게 재밌고, 파헤쳐 보고, 알아내고 싶어요. 그러다보니까 서점에 가도 심리학 관련 책들을 많이 사게 되요. 그런데 막상 책을 읽으면 실망해요. 제가 기대하는 건 눈동자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거짓말, 말하다가 손을 이렇게 올리면 어떤 생각, 이런 건데 책에는 그런 게 다 빠져 있어요.” 그런 쪽의 정보를 알고 싶다면 상대방의 행동을 통해 거짓말 여부를 알아내는 <라이투미> 같은 미드를 참고하는 건 어떻겠냐는 권유에 눈이 커져서 “뭐라구요? <라이투미>요? 우와, 봐야겠다!”며 재빨리 스마트폰에 메모하는 수지를 보니, 20년쯤 뒤에 우리는 미모의 범죄 심리학자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수지│“사람들 앞에서 약해보이고 싶지 않아요, 절대”


수지│“사람들 앞에서 약해보이고 싶지 않아요, 절대”


걸그룹에게 다이어트는 선택과목이 아니라 전공필수다. 무대 위에서 늘 완벽한 각선미를 선보여야 하고, 언제 어디서 찍힌 사진이 ‘굴욕사진’으로 인터넷에 오를지 모른다. 긴 다리를 강조하는 의상이 잘 어울리는 수지 또한 다이어트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법. 먹는 걸 너무 좋아해 ‘폭식돌’로 불리기도 했던 수지의 다이어트 비법을 공개한다. “워낙 먹는 걸 좋아해요. 또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야채 같은 게 아니라 파스타라서 조금만 식단조절을 하면 빠지긴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밤에 스케줄 끝나거나 중간 중간 틈이 나며 헬스를 갔어요. 예를 들면 아침이랑 점심 꽉꽉 먹고, 저녁엔 바나나 하나 먹고, 그냥 운동 좀 많이 하고. 어느 날은 아침 많이 먹고, 점심 바나나 하나 먹고, 저녁 좀 먹고, 운동하고 그랬어요. 한창 살 빠질 땐 괜찮았는데 요즘은 먹는 걸 참는 마인드컨트롤 하기가 어려워요. 식단조절 하려고 바나나를 먹었는데 매니저 오빠가 제가 바나나 좋아하는 줄 알고 저녁으로 계속 바나나를 사주시는 거예요. 어우, 오빠, 그거 아니라니까요! 바나나만 보면 던져버리고 싶어요!”


수지│“사람들 앞에서 약해보이고 싶지 않아요, 절대”


2010년 ‘배드 걸 굿 걸’로 활동할 당시 인터뷰에서 미쓰에이 멤버들은 라면에 열광하고 있었다. 수지가 사랑했던 라면은 너구리, 찍고 싶은 CF도 라면. 여전히 라면 CF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수지는 “당연하죠”라고 답하며 인터뷰가 진행되는 와중에 가장 뜨거운 열의를 내비쳤다. “당연하죠. 라면 CF 원합니다!” (동석한 홍보 담장자가 대한민국 첫사랑의 아이콘인데 이동통신사나 화장품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라면도 하면 좋죠. 너구리! 막 예쁘게 하면 되잖아요, 청순하게. 너구리가 청순할 수도 있잖아요. 긴 머리의 너구리!”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이지혜 seven@
10 아시아 편집. 이진혁 el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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