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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경쟁력 강화” 긍정론 “몸집불리기만 치중” 비판론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4분 19초

금융지주 12년 불거지는 문제들

“글로벌경쟁력 강화” 긍정론 “몸집불리기만 치중” 비판론 금융지주사들은 매년 크고 작은 금융사건의 ‘배후’로 꼽힌다. 사진은 지난해 4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금융권 전산망 보안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5개 금융지주 회장들이 긴급 간담회를 갖고 있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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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사 논란은 태동과 동시에 불거졌다. 지주사 설립에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그럴듯한 포장을 입혔지만 아직까지 몸집불리기 외에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지적도 들린다. 허점 투성이인 감시기구는 물론 복잡한 지주사 구조 등도 논란거리로 부각되고 있다.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들의 몸통은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커졌다. 자산규모도 130조원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은 결국 금융지주사들이 몸집 불리기에만 혈안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낳는 요인이 됐다. 금융계에 따르면 2010년 12월말 기준으로 신탁자산을 포함한 KB금융지주는 334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363조6000억원으로 30조원 가량 늘었다.


하나금융지주도 196조원에서 지난해 9월까지 224조원으로 28조원 가량 증가했다. 신한금융지주도 308조8000억원에서 337조3000억원으로 28조5000억원이 늘어났다. 우리금융지주는 326조에서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372조로 46조원 증가했다. 4대 금융지주는 불과 9개월 만에 20조~30조원 가량 몸집을 늘리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었던 셈이다.

역할분담 불명확 시스템 리스크에 취약
금융사들은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그룹 전체에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자회사간 시너지 창출 등을 긍정적인 요소로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금융산업의 독과점이 우려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정재규 연구조정실장은 “4대 금융지주사의 가장 일반적인 문제점은 금융그룹이 기본적인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국민경제와 밀접한 은행이 그 규모를 크게 키운 만큼 정상적인 감독이 힘들면 위험에 직면할 수 도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계열사, 관계사 등 워낙 방대하게 퍼져 있어 자칫 한 곳에서 리스크가 발생하면 지주사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나 다름없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지주사 대표인 ‘CEO리스크’다.


정 실장은 “지배주주의 역할 측면에서 CEO 승계와 관련된 문제는 지금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CEO가 잘못된 판단을 했을 때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CEO리스크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전혀 없다는 것은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지주사 내부에 후계자 양성프로그램을 적극 키워야 하지만 아직 전무하다는 것이 정 실장의 견해다.


금융지주사와 최고경영진 그리고 자회사 경영진 사이에 역할 분담과 기능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지주회장과 사장, 행장 등의 역할 분담이 모호한 경우가 많다. 정 실장은 “지주사 경영진과 자회사 경영진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아 지주사와 자회사 이사회는 서로 뭘 처리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결국 법적 분리가 명확하지 않아 지주사와 자회사간 역할 정립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이중삼중의 비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조영택 국회의원은 “금융지주사가 태어나면서 은행과 증권, 보험, 카드 등 분리 운영됐던 개별 회사들은 공통사업부문이 하나로 묶이게 됐다”며 “이로 인해 경영권 혼란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고 전했다. 조 의원은 “이런 상황은 비효율적인 구조로 나타나 내부 구성원간의 갈등과 은행가치의 하락, 공적자금 회수 등으로 이어질 우려마저 높다”고 내다봤다.


직급 문제는 현재 지주사가 안고 있는 대표적인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다. 은행장이 지주사 회장으로 승진하면 은행법에 따른 ‘시비’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금융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여기서 ‘시비’란 금융위원회 등 정부측이 금융회사의 법적규제를 말하는 일종의 은어다. 금융사는 새로운 상품은 물론 M&A 등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사의 한 관계자는 “은행장이 지주회사 회장이 되면 금융위의 시비에 적극 대응할 수 있지만 현재 정치적인 이유로 비전문가가 지주사 회장이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이같은 상황은 결국 관련법 등에 적극 대처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곤 한다”고 꼬집었다.


경영진이 내부통제기구 지배 이상한 관행
금융지주사들의 부실한 감독-관리도 꾸준히 지적되고 있는 논란거리 중 하나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최근 열린 공청회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고 나섰다. 금융노조는 “금융지주사의 이사회는 감독기능과 집행기능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금융사로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금융회사 최고경영진은 사외이사추천위원회의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으며 아울러 준법감시인의 선임과 해임권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경영진 스스로가 경영을 감독하는 기이한 형태를 만든 셈이다. 사외이사제도는 경영진의 지배력 독점과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만든 핵심 통제기능 중 하나다. 그러나 실상은 너무나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진이 사외이사제도를 비롯해 내부 통제기구를 지배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2010년 ‘모범규준 적용대상 금융회사’ 가운데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 CEO가 포함된 곳은 증권사와 생명보험사가 100%, 은행지주사는 80%, 시중은행 83%로 집계됐다. 같은 금융기관 CEO나 주요 임원이 사외이사 후보를 직접 추천한 내부 추천 비율도 상당했다. 생명보험사 85%, 증권사 75%, 은행지주사 54%, 시중은행 52%에 달했다. 이 때문에 불법과 탈법적인 대주주의 횡포, 최고경영자의 경영권 남용을 막지 못한다는 주장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또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 임직원 겸직 허용도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다.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경영관리와 감독 기능이 모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회사 금융사고에도 지주사 제재 근거 없어
지주사가 자회사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권과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에 문제가 생겨도 지주회사에 아무런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은 문제다. 최근 늘고 있는 자본시장 관련 금융사고가 이같은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키코사태와 우리은행 부채담보증권(CDO), CDS 투자손실, 하나대투의 옵션쇼크 손실 등이 대표적인 예다. 자회사에 대한 감독과 경영관리에 전념해야 하는 지주사들이 관리 소홀과 위기관리에서 실패해도 실제 제재를 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 징계 대상도 자회사로 제한된다.


자회사와의 ‘위험 전이’도 문제다. 금융지주회사법 제48조와 시행령 제27조는 자회사 등의 행위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또 지주회사 및 다른 자회사의 주식소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자회사의 구조조정 등에 필요한 거래나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이러한 규제는 적용되지 않는다. 지주회사는 금융회사의 행위를 감독과 관리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기존의 금융지주회사법과 상법에는 자회사간의 관계를 조율하는 조항이 없다. 이 때문에 금융지주사의 통합리스크 관리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노조는 “2010년 1월 금융지주사 내부에 통합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법 개정이 이뤄졌다”며 “그러나 조직 차원에서 지주회사 내부에 별도의 독립적인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존재하지만 독립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지주사 회장이 리스크관리위원회 임원을 겸직하거나 대부분 지주사 회장이 리스크관리 전담위원을 선임 또는 해임하는 권한을 가졌기 때문이다. 또 자회사 임직원이 지주사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을 겸직하고 있어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리스크는 외부로 알려지지 않는다는 것이 금융노조측의 설명이다.


“글로벌경쟁력 강화” 긍정론 “몸집불리기만 치중” 비판론 금융노조들은 금융지주사들의 덩치부풀리기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서 열렸던 ‘메가뱅크 저지’관련 기자회견.

관계사 양산 일감 몰아주기 행태도 문제
최근 금융지주사들이 내놓는 이른바 ‘관계사’도 이슈중 하나다. 지주사는 자회사가 아닌 이른바 ‘관계사’를 만들어 지주사와 자회사를 지원하는 형태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금융사 행장이나 부행장 출신들을 사장으로 선출하는 등 사실상 퇴직자를 위한 회사로 만들었다. 문제는 이런 회사들이 그룹사나 대기업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일감몰아주기’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하나저축은행장에 두레시닝 전 대표를 내정했다. 두레시닝은 하나행우회와 하나대투증권이 출자해 만든 회사로, 각종 인쇄물과 근무복, 명함, 명패, 명찰, 문구, 커피 등 판촉사은품을 판매한다. 여기에 하나지주 자회사의 파견근무와 경비, 청소용역, 건물임대, 관리 임차 등 포괄적인 업태를 갖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우리기업은 빌딩관리는 물론 관계사들 파견근무, 경비, 인테리어, 가구, 인쇄, 상조까지 담당하고 있다.


KB금융의 퇴직 직원들이 운영하는 NS한마음(옛 KB한마음)도 비슷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KB금융의 아웃소싱하는 대출, 문서수발, 어음교환 업무를 담당한다. NS한마음은 김종익 대표가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로 한동안 언론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곳이다.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경비 등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이 경비절감이라는 이유로 경비나 단순 업무 직원들을 용역업체로 돌렸다. 하나금유의 두레시닝은 현재 연매출 90%가 하나금융에서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기업은 최근 강원랜드 등의 건물관리를 비롯해 가정용가구나 인테리어 등 다방면(?)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가구제작과 같은 중소기업의 영역에 들어오면서 이미 재벌식 문어발 경영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금융사 한 관계자는 “지주사 관계사들은 대부분 금융계를 퇴직하면 전관예우 차원에서 들어가는 회사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들이 문어발식으로 업종을 다양하게 하는 것은 일반 중소기업들의 영역을 차지하기 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일감몰아주기 비판에도 금융사들은 하나같이 외면하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말 그대로 관계사일 뿐 우리와는 전혀 관계없는 회사”라면서 외면할 뿐 아니라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곳도 있다.


최근에는 몇몇 금융지주의 경우 또 다른 관계사를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도 금융계에서 나돌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회사로 알려진 이 회사는 퀵서비스 영역까지 침투할 계획인 것으로 것으로 전해졌다. J&컨설팅 주진형 대표는 “이제라도 지주사의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며 “금융지주들이 일반적인 몸집불리기 수단 이외에 할 수 있는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코노믹 리뷰 최재영 기자 som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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