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효율화 vs 지배구조 왜곡’ 팽팽한 대립
최근 금융지주회사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매트릭스 경제체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매트릭스 조직은 쉽게 말해, 각 계열사를 하나의 조직으로 묶는 시스템이다. 이럴 경우 한 계열사의 상품에서 나아가 다른 계열사들의 상품들로 이뤄진 포트폴리오를 고객들에게 제시하거나 컨설팅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고 지주의 권한만 강화된다는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 또한 거세다.
매트릭스 조직이란 금융그룹 내에 계열사 조직체계와 별도로, 계열사 공통의 횡적 보고 라인을 또 하나 두는 것을 말한다. 현재 매트릭스 경제체계를 도입한 지주로는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이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 2008년 금융업계 최초로 매트릭스 체제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기존 체제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부문을 신설하여 일부 체제를 변경했다.
신한금융그룹도 지난 1월 이 같은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신한의 매트릭스 조직은 하나금융의 그것과는 약간 다르다. CIB(기업투자은행) 사업부문과 WM(자산관리) 부문에만 부분적으로 도입했다. 반면, KB금융지주는 지난해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어윤대 KB 금융지주 회장은 “매트릭스 조직의 성공은 관리자의 관리능력에 달렸다”며 “필요에 따라 기업금융 등에서 TF형식으로 만들 수는 있겠지만, 조직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중순부터 매트릭스 도입을 준비해 온 우리금융은 매트릭스 조직 도입 시기를 미루겠다고 밝혔다. 당초 올 4월 도입을 추진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계열사 및 노동조합의 반대로 늦추게 된 것이다. KB금융지주를 제외한 주요 금융지주에서는 매트릭스 조직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매트릭스 조직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는 여전히 거세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의 문제점으로 상법 및 은행법과의 충돌, 실질적 지배와 형식적 지배의 혼재로 책임과 권한 불일치 등을 지적했다. 금융지주회사와 자회사는 각각 독립된 개별회사이면서도 금융지주회사가 자회사를 소유하고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개별회사’를 기초로 한 상법은 이 지배구조에 대해 명확한 규율이 전무하다. 권한만 있고 법적 책임은 없는 지주회사의 기형적 지배구조는 ‘대마불사의 왜곡된 유인과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조 연구위원은 “이 상황에서의 매트릭스 체계는 왜곡된 지배구조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면서 “금융감독당국도 자회사의 독립경영 보장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고, 금융지주회사 차원의 단일·완전겸영 금융복합그룹이 허용되지 않는 이상 국내 금융법제 하에서 경영개입은 절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은 은행의 비중이 매우 높아 매트릭스 제도의 효율성 및 시너지 효과를 얻기 힘든 조건”이라며 최종 책임자의 불분명성으로 인한 힘겨루기식의 조직 지배구조 및 운영 혼란, 금융기관 종사자의 고용불안, 금융감독 위험 증가 등을 매트릭스 체계의 부작용으로 꼽았다. 그는 이어, 노사관계에 있어서 ‘결정권 없는 사용자’와의 단체교섭으로 인한 은행 노조들의 영향력 박탈, 경쟁심화와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불안 등이 심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코노믹 리뷰 박지현 j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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