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언제부터인가 식사 이후에 항상 아메리카노를 손에 들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피식 웃음이 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밥보다 비싼 커피를 즐기는 모습은 '된장녀'들의 상징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아직까지 커피를 마시고 "향긋해" "구수하다" 이 이상의 표현을 찾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이에 지난 7일, 카페베네 취미아카데미 클래스 등이 운영되는 서울 광진구 카페베네 매장을 찾았다. 다양한 커피 맛의 차이를 배워보기 위해 들른 이곳에서 최준호 커피전문가를 만나 로스팅의 차이와 커피 맛 구별법 등을 알 수 있었다.
연한 녹색을 띤 생두를 볶으면 열을 받아 다갈색으로 변하는데 이것을 로스팅(배전,Roasting)이라고 한다. 아메리카노가 써서 커피를 못 마시는 이들이 있다. 아직 단맛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인데 커피 생두를 세게 볶는 다크로스팅에서는 종종 커피 맛이 쓰게 느껴질 수 있다. 다크로스팅의 장점은 매장마다 맛의 편차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커피 맛이 진하게 느껴지는 것도 다크로스팅한 커피들의 특징이다.
이와 반대되는 것이 미디엄로스팅. 최준호 커피전문가는 "일본에서 처음 접해보고 놀랐다"고 표현했다. 맛보다는 향을 중요시해 로스팅 한 커피로 신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카페베네 커피가 미디엄로스팅한 대표적인 경우다.
커피에서 구수함만 느꼈던 이들에게는 새롭게 느껴질 법도 하다. 이같이 커피에서 신 맛이 느껴지는 이유에 대해 최 전문가는 "생두 자체에 산도가 있는데 로스팅을 하면서 이러한 산도가 점차 감소하게 된다. 미디엄로스팅은 산도가 다 빠지기 전에 볶는 과정을 멈춰 커피 향을 강조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신맛을 내려고 미디엄로스팅을 한 것이 아니라 향을 강조했기 때문에 신맛이 난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한 "한국인들이 아직까지는 구수한 커피 '맛'에 익숙해있는데 점차 '향'을 중시하는 트렌드로 옮겨갈 것"이라며 "향후에는 각 커피전문점들의 커피 맛까지 구별하고 원산지에 따른 차이점까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커피 맛을 즐기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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