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지난 6월 제주도에서 열린 중소기업중앙회 리더스포럼. 첫날 공식일정을 마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사진)은 기자들과 만나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김 회장은 "백화점ㆍ대형마트 등이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고 판촉비를 일방적으로 부담시켜 중소 납품업체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앞으로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를 고치는 데 더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이달 초.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국내 11개 대형유통업체 대표들을 직접 만나 판매수수료를 최고 7% 낮추는 방안을 이끌어냈다. "지나친 간섭이다", "중소납품업체에도 도움이 안된다" 등 유통업계에서는 못마땅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중소 납품업체의 목소리를 대변하던 중소기업중앙회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지난해부터 집중논의되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문제도 김기문 회장이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09년 말 김 회장은 사석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하는 문화가 부족하다"며 "앞으로 이런 문제를 적극 이슈화시켜 임기중에 대중소기업 상생문화 확산에 힘쓰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대ㆍ중소기업간 양극화는 이미 몇년 전부터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중소기업계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등한시됐던 게 사실. 상대적으로 여론형성이 쉽지 않고 일관된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 중소기업계의 어려운 처지는 산업계 내부에서나 여론에서 중요히 다뤄지지 않았다.
지난 2007년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으로 취임, 이후 김 회장이 적극 목소리를 내면서 중소기업계가 처한 현실이 점차 부각되기 시작했다.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에 일침을 가한 정부의 최근 결정 이외에도 하도급법 개정안을 이끌어낸 일이나 대기업 MRO 업체의 무분별한 시장확장에 경고를 가한 일 등 일련의 '상생정책' 대부분은 김 회장이 주도 아래 중소기업계가 힘을 합친 결과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다. 중앙회 차원에서 최근 주력하는 중소기업 가업승계시 세부담 완화 등도 최근 정치권에서 활발히 논의중이다.
김 회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앞으로 당분간 중소기업계는 최근 일련의 대ㆍ중소기업간 동반성장 대책이 제대로 뿌리내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이긴 했지만 김 회장 스스로 "아직 부족하다"고 여기는 만큼 여전히 구체적인 업종별로는 동반성장 문화확산이 요원한 분야가 많다.
최근 국회 공청회나 토론회 등에 참석한 김 회장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보호해달라는 게 아니라 공정한 경쟁환경이나 여건을 마련해주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일 역시 동반성장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총론'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앞으로 '각론'에 더 신경 쓰겠다는 뜻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김 회장이 취임 후 산업계 내부에서만이 아니라 정치ㆍ사회적으로 꾸준히 중소기업계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며 "중앙회는 물론 중소기업계 전반적으로 위상이 많이 오른 점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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