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윙, 글로벌 상위 100위 유튜브 채널 1만5000개 조사
유튜브 알고리즘이 신규 사용자에게 추천하는 영상 5개 중 1개가 인공지능(AI)이 급조한 저질 콘텐츠 '슬롭(Slop)'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는 28일 영국 일간 가디언을 인용해 영상 편집 플랫폼 '카프윙'이 전 세계 국가별 상위 100위 유튜브 채널 1만5000개를 조사한 결과를 보도했다. 278개 채널이 오로지 AI로 만든 저품질 영상만을 송출하고 있었다.
이들 채널이 확보한 구독자 수는 모두 2억2100만명으로 누적 조회 수는 630억회에 달했다. 이들이 창출하는 광고 수익 역시 연 1억1700만 달러(약 1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경찰 보디캠으로 촬영한 것처럼 제작된 인공지능(AI) 가짜 영상이 확산되며 논란이 일었다. 경찰청은 AI로 제작된 허위 영상 유포로 인한 피해 확산을 막고자 해당 SNS 채널에 대한 입건 전 조사(내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카프윙 측이 신규 계정을 생성해 실험한 결과 초기 추천 영상 500개 중 20%가 넘는 104개가 AI 슬롭(slop)이었다. 이는 인공지능(AI)이 대량으로 만든 저품질 콘텐츠를 가리킨다. AI와 슬롭을 합해 'AI 슬롭'이라고도 하는데, 원래 '질척한 진흙' '찌꺼기' '오물'이라는 뜻이다. 미국의 유명 사전 출판사 메리엄웹스터가 2025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특히 이 중 3분의 1은 맥락이 없고 자극적인 '뇌 썩음' 콘텐츠였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AI 슬롭은 화려한 색감의 영상과 자극적 설정으로 판단력이 낮은 어린이 등의 클릭을 유도한다. 파키스탄의 한 채널은 대홍수라는 참사를 슬롭으로 재구성해 조회수 13억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미 슬롭은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로 정착했다. 전문가는 이 때문에 인터넷 연결이 비교적 원활하면서도 평균 임금이 높지 않은 인도와 케냐, 나이지리아 같은 국가 출신 제작자들도 슬롭을 양산하고 있다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이 슬롭에 대해 더욱 엄격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가 생성한 저질 콘텐츠가 디지털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는 만큼 플랫폼 차원에서 강력한 필터링과 수익 창출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튜브 측은 "AI는 도구일 뿐이고, 고품질 콘텐츠와 저품질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동시에 사용될 수 있다"라며 "우리는 제작 방식과 관계없이 사용자들에게 고품질 콘텐츠를 연결해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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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카프윙이 국가별 유튜브 채널 상위 100개를 분석한 결과, 한국이 슬롭 영상 소비에서 세계 1위였다. 한국은 '슬롭을 가장 많이 보고, 만들고, 퍼뜨리는 나라'였다. 한국발 AI 슬롭 채널 조회 수는 약 84억5000만 회로 2위 파키스탄(약 53억 회), 3위 미국(약 34억 회)을 크게 앞섰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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