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공복·이레즈미 등 '불량문화' 그대로 녹아
경찰 '야쿠자 대책'도 운영…日 내부도 엇갈린 반응
"혹시 체포당한 적 있어?"
관심 있는 이성끼리 주고받는 질문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연애 프로라고 하면 한국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넷플릭스에서 일본 연애 프로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전직 조직 폭력배(야쿠자), 폭주족, 호스트 등이 출연해 연애에 나서는 '불량연애'인데요. 우리나라 넷플릭스 시청률 3위에 오를 정도로 관심이 쏠리고 있죠. 시작부터 특공복을 입고 나타난 출연진들이 "뭘 쳐다보냐"면서 한바탕 싸우는 모습이 강렬한 인상을 줬는데요.
이 프로그램이 사회에서 섞일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만큼, 우리나라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들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일본도 '야쿠자 대책법'을 마련했을 정도로 이들에 대한 시선이 마냥 좋지 않기도 한데요. 오늘은 불량연애에 녹아있는 일본의 여러 '불량문화'에 대해 소개해드립니다.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는 기세…특공복·문신으로 등장
우리나라에서는 불량연애로 번역됐지만, 일본판 원래 제목은 '러브죠토(ラヴ上等)'입니다. 일본에서 '죠토(상등·上等)'라는 말은 '가장 좋은 품질'을 뜻하는 말입니다. 불량배들은 이 말을 자주 쓰는데요. 상대가 건방지다고 느껴질 때 쓰기도 하고, "죠토다(상등이다·上等だ)"라는 말은 상대의 도발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로도 씁니다. 또 명사 뒤에 붙으면 '이를 기꺼이 각오하고 받아들이겠다'라는 뜻을 나타내는데요. 그래서 폭주족이나 야쿠자들이 입는 특공복에는 '싸움이라면 환영한다'는 뜻으로 '싸움상등'이라는 문구가 쓰이기도 합니다. 이를 고려하면 프로그램 제목 '러브죠토'에는 사랑을 위해 기꺼이 한 몸을 바치겠다는 뉘앙스가 담겨있죠.
남성 출연진들은 대부분 특공복 차림으로 등장합니다. 폭주족, 야쿠자 등 불량배의 상징인데요. 흔히 특공대의 복장으로 연상하기 쉬운데 군대와 관련은 없습니다. 원래 토목 작업자들이 입던 옷이 변형되면서 나온 것이라고 해요. 이를 특공대의 설립 취지처럼 '싸움이나 폭주에 목숨을 걸고 임한다'며 입기 시작했다고 해요. 본인들에게 의미 있는 여러 문구도 새기는데요. '천상천하유아독존', '폭주귀족', '천하무적', '극악무도' 등 듣기만 해도 살벌한 자수를 새깁니다. 과거에는 일본 우익들이 입었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미카제 특공대'나 '우국열사'도 자주 새기는 문구라고 합니다.
출연진 대부분은 몸에 다양한 문신을 했는데요. 문신에 대한 이미지가 우리나라보다 보수적인 일본에서 어떻게 용 모양 문신만 한 사람들만 모아놨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특히 전직 야쿠자인 남성 출연진 '얀보'는 배부터 가슴까지 커다란 염라대왕 문신이 뒤덮고 있어 다른 출연자보다 더 눈에 띕니다. '야쿠자 2000명을 만났습니다'라는 책을 펴낸 칼럼니스트 스즈키 토모히코씨는 야쿠자와 문신의 관계에 대해 "이제 다시는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지 않겠다. 평생 야쿠자의 삶을 지속하겠다는 뜻으로 문신을 한다"고 아사히신문에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또 교도소에 들어갔을 때 문신이 화려하고 클수록 다른 재소자들이 건드리지 않는다고도 합니다.
요즘은 문신 없는 야쿠자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해요. 스즈키씨에 따르면 많은 야쿠자가 문신을 후회하는데, 가장 큰 이유가 '목욕' 때문이라고 합니다. 야쿠자들은 동료들과 목욕을 함께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친목을 다지는데, 일본 각지에서 문신 있는 사람은 입욕을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하게 되면서 이용할 수 있는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국가 관리 야쿠자도 지정…야쿠자 대책법까지 있는 일본
원래 일본에서 야쿠자의 공식 명칭은 '폭력단'입니다. 야쿠자라는 말은 일본의 카드 도박에서 나왔다고 해요. 패 3장의 합이 10 또는 20이 되면 무득점이 되는데, 8·9·3 패 3장의 조합이 그렇죠. 마치 쓸모없는 패처럼 사회에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야쿠자(八九三)'라고 부르게 됐다고 해요. 이처럼 일본에서 야쿠자는 도박장 관리, 가게 관리 등을 맡으며 세력을 키웠는데요, 최근에는 약물 유통, 사기, 자금 세탁, 불법 사금융 대출 등 각종 범죄에 개입하면서 문제가 됩니다. 스모 등 스포츠의 승부조작에도 야쿠자가 관여하죠.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폭력단 배제 조례'도 있습니다. 경찰에서 이들이 일으키는 범죄를 단속하고, 불법 무기를 적발하고, 주기적으로 단원들을 검거하며 세를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실제로 일본 도도부현 공안위원회에서는 전국 22개 폭력단을 '지정 폭력단'으로 명명하는데요. 지정 폭력단은 일본 경찰의 특별 감시 대상이 되며 행정 등 여러 공식 절차에서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심지어 '야쿠자 5년 룰'로 불리는 '반사회적 세력에 대한 규칙'도 있는데, '손 씻겠다'며 탈퇴해도 그로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현재 활동하는 조직원과 마찬가지로 취급합니다. 근절을 위해 정말 많은 불이익을 만들어놓고 있음을 알 수 있죠.
폭주족도 예외는 아닙니다. 폭력단과 야쿠자도 밀접한 관계기 때문입니다. 일본 경찰은 "야쿠자는 세력 확대, 자금 확보를 위해 폭주족 등 비행집단에 들어가 있는 소년을 조직원이 되도록 끌어들이곤 한다"며 "심지어 폭주행위 중에 발생하는 교통사고나 싸움은 야쿠자들이 해결해주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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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프로그램이 사실상 범죄자들에 대한 미화 아니냐'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이게 일본 문화라고 전 세계에 알려지면 부끄럽지 않겠느냐"라는 반응부터 "그동안 야쿠자가 소재로 쓰인 영화나 드라마도 많았다. 공영방송도 아니고 넷플릭스랑 하는데 뭐 어떠냐"라는 정반대 반응들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사실 일본 사회에서 오랜 시간 배제하려 노력해온 존재들이 갑자기 매력적인 캐릭터로 변모해 시청자들 앞에 등장한 것이기 때문에, 두 입장 모두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닌데요. 맥락과 현실을 알고 본다면 또 다른 시선으로 프로그램을 소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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