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정 기자]폴란드와 헝가리 등 동유럽국가들의 자국화폐 가치가 급락하면서 그리스발 유로존 재정위기가 동유럽으로까지 번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유로존 위기로 유로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안전 투자처인 스위스 프랑화 가치가 상승하자 스위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동유럽국가들의 대출금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
지난 4월 그리스 구제금융 사태 이래 유로화 대비 스위스 프랑의 가치는 13%나 올랐다. 1유로당 스위스 프랑 가치는 지난 12일 1.1549스위스프랑까지 치솟으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폴란드의 즐로티화와 헝가리의 포린트화는 스위스프랑에 대해 각각 11%와 12% 가치가 절하됐다. 특히 최근 그리스 채무위기가 이탈리아 등 주변국으로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스위스프랑 대비 즐로티와 포린트화의 가치는 이번주들어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건전한 경제여건에도 불구하고 스위스프랑 강세로 졸지에 빚더미에 몰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폴란드와 헝가리는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스위스프랑에 대한 대출 규모가 상당히 높다.
폴란드가 스위스 금융권으로부터 받은 주택담보대출은 전체 주택대출의 53%인 70만건에 달한다. 헝가리도 전체 주택대출의 64%와 기업대출의 54%를 스위스 은행권에서 빌렸다.
폴란드의 경우 대출금이 상승하면서 스위스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20만명 이상이 현재 소유한 집 가격보다 더 많은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헝가리 정부는 오는 2014년까지 기존 대출금에 대한 금리는 180포린트로 동결해 환산하도록 하는 일시적인 대출부담 완화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헝가리 K&H 은행의 제르지 바르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스위스프랑에 대한 포린트화 가치가 230프랑을 넘어서면 커다란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프랑 대비 포린트화 환율은 지난 12일 233.48포린트화까지 오르며(가치 하락) 최고점을 찍었다.
이현정 기자 hjlee303@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