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사랑' 현명한 피임약 사용법
- 응급피임약 24시간내 95%까지 효과
- 호르몬 최고 20배…구토 등 부작용
- '최후의 선택'일뿐 사전예방이 최선
- 사전피임약 21일간 1알씩 매일 복용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혜정 기자]장맛비가 그치고 나면 찜통더위와 함께 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이 시작된다. 각종 휴가용품 시장이 특수를 맞는데, 다소 의외의 제품도 끼어있다. 응급피임약(사후피임약)이다. 피임연구회에 따르면 7~8월 응급피임약 처방건수는 평소보다 10% 정도 증가한다. 2008년 서울시내 30개 산부인과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7~8월에 연간 처방량의 절반이 집중됐다.
◇응급피임약, 현명하게 사용하기=응급피임약은 배란기라고 생각되는 시기에 계획하지 않은 성관계를 가졌거나 시도한 피임법의 효과가 불확실할 때, 강간 등 불시의 성관계 후 임신을 막기 위해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용할 수 있다.
항체호르몬의 일종인 레보놀게스트렐(1.5mg) 한 알을 성관계 후 72시간 내 복용해야 한다. 성관계 이후 빨리 먹을수록 효과가 좋다. 전반적인 피임 성공률은 85%인데 24시간 이내 복용하면 95%, 48시간 이내 85%, 72시간 이내 67% 식으로 감소한다. 한꺼번에 많은 호르몬을 복용함으로써 배란을 막거나 지연시키는 식으로 작용한다. 호르몬 양은 일반 피임약의 10~20배에 이른다.
때문에 응급피임약은 말 그대로 '응급상황'일 때만 써야 한다. 호르몬 과다 노출에 따른 부작용은 구토나 두통, 어지러움, 메스꺼움, 복통, 이상 출혈 등에서부터 생리불순까지 다양하다. 이임순 순천향의대 산부인과 교수(순천향대병원)는 "최후의 선택이지 최선의 선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응급피임약 의존 말고 예방이 최선=예상되는 성관계에 대비하기 위해 여성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피임을 원하는 기간이 한시적이냐 장기간이냐에 따른 방법이다.
장기간 피임을 원한다면 질내 삽입형, 자궁내 장치, 피하이식 등 방법을 택하는 것이 적당하다. 출산 경험이 있거나 터울 조절을 원하는 경우, 출산 계획이 아예 없는 사람에게 적당하다. 장치 등을 제거하면 다시 임신할 수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와의 상담 후 결정한다.
하지만 휴가 등 특별한 날에의 성관계가 예상될 때는 한시적으로 대비하는 방법을 택한다. 사전피임약이 대표적이다.
사전피임약은 21알씩 포장돼 있으며 생리가 시작하는 날부터 21일간 매일 먹고 7일을 쉬는 식이다. 그 동안 피임효과가 유지된다. 28일 한 사이클이 끝나고 피임효과를 유지하려면 다시 21알을 먹고 아니면 복용을 중지한다. 약을 중단하면 수일 내 생리가 다시 시작된다.
사전피임약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함유한 약으로 배란과 생리를 조절해 피임할 수 있게 한다. 응급피임약과 달리 약국에서 약사와의 상담 후 바로 구입할 수 있다.
이임순 교수는 "복용법만 잘 지키면 불임시술을 제외한 피임법 중 가장 효과적이며 안전한 약"이라며 "사용이 간편하고 성생활을 방해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혈압이나 당뇨, 간염, 정맥혈전증이 있다면 다른 피임법을 찾아야 한다. 또 사전피임약을 몇 년씩 장기간 먹게 되면 배란억제에 따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다. 통상 5∼6개월 정도 먹고 몸 상태를 확인한 후 다시 먹는 식으로 산부인과 검진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일부에선 복용 첫 달에 출혈이나 울렁거림, 두통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교수는 "먹는 피임약이 체내에서 임신상황과 비슷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임신 초기 증상과 비슷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한 종류의 피임약을 3개월 동안 복용해도 부작용이 계속되면 의사나 약사와 상담해 다른 종류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갑자기 정해진 '그 날' 어떻게 할까=문제는 성관계 시기를 예측하지 못해 사전피임약 복용 시기를 놓쳤을 경우다.
사전피임약은 생리가 시작된 첫 날부터 늦어도 5일 이내 시작해야 하는데, 이때부터 이미 배란을 위한 환경이 조성된다. 때문에 이 시기가 지났다면 사전피임약을 먹어도 피임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며칠 후 혹은 오늘 밤'과 같이 갑작스레 성관계가 예상된다면 콘돔 사용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법이다.
※도움말 :이임순 순천향의대 산부인과 교수, 정호진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피임생리연구회장
신범수 기자 answer@
박혜정 기자 park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