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명문 메리온골프장(Merion Golf Club)에는 그린 위에 깃발대신 버드나무 바구니가 매달려 있다.
골프장에 도착해 1번홀 그린을 바라보니 실제 윌로바스켓이 달려 있었다. 버드나무가지를 말려서 타원형의 초롱모양 바구니를 짜고 그 위에 붉은색 페인트를 칠한 모양새다. 멀리서도 잘 보이고 통풍도 잘 돼 깃발처럼 흔들린다. 지금은 그 효용성을 떠나 골프장 이야기 소재로 인기를 끌어 계속 사용하고 있다.
물론 단점이 있다. 깃발처럼 바람의 방향을 정확히 가늠할 수가 없고, 핀을 뽑아 그린 위에 내려놓을 때도 쉽게 부서져 수시로 보수를 해야 한다. 코스를 설계한 휴 윌슨이 스코틀랜드에서 유학 중 얻은 아이디어라고 한다. 양치기들이 지팡이 꼭대기에 바스켓을 달아 양들이 건드리지 못하도록 음식바구니로 쓰는 것을 보고 미국으로 돌아와 골프장에 응용했다.
이 바구니를 멀리서 보면 마치 당시 유행하던 여인네들의 머리핀처럼 보여 깃발을 '핀(pin)'이라고 부르게 됐다는 유래다. 이스트와 웨스트코스로 모두 36홀이다. 1912년에 오픈한 이스트코스(파70ㆍ6886야드)는 구릉 위에 세워진 평탄한 홀이지만 정통 프라이비트 코스라 미국 골프다이제스트 선정 베스트코스 50위 이내에 드는 명문골프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까지 네 차례의 US오픈이 이곳에서 열렸고, 오는 2013년 대회가 예정돼 있다. 이밖에도 미국골프협회(USGA)에서 주관하는 대회와 월드아마추어챔피언십 등 권위있는 대회가 여러 차례 열려 골프장의 전통과 역사성을 자랑한다.
'구성(球聖)' 바비 존스는 특히 1930년 이 곳에서 열린 US아마추어오픈에서 우승하며 한 해에 4개의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또 골프의 전설 벤 호건도 1950년 이곳에서 열린 US오픈에서 우승하며 새 역사를 만들었다. 필자 역시 코스를 돌면서 오랜 전통과 명예, 그리고 위대한 두 골퍼의 숨결을 느꼈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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