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엔젤레스(LA) 도심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디벨골프장(De Bell Golf Club).
캘리포니아주 남서부 버뱅크(Burbank)의 샌퍼낸도 계곡 정상에 자리 잡은 골프장이다. 버뱅크시는 영화와 항공, 트럭제조업 등으로 유명한 도시다. 특히 록히드항공사의 본사가 있다. 몇 년 전에도 항공 비즈니스 출장 차 방문한 적이 있었다. 라운드 도중 꽃사슴들과 조우하며 저녁 땅거미가 지는 어둑어둑한 즈음에는 아름답게 퍼지는 종소리를 들었던 추억이 되살아났다.
윌리엄 F. 벨과 윌리엄 존슨이 설계해 1958년 개장했고, 전장이 6000야드에도 못 미치는 파71의 짧은 코스다. 벨은 그러나 자신의 이름을 따 '종(bell)'을 코스에 도입해 차별화를 도모했다. 비록 시영코스이지만 여느 프라이비트골프장 못지않은 유명세를 타게 만든 아이디어가 됐다. 골프장 이름도 그래서 '디벨'로 지어졌다.
53년의 유구한 역사가 수려한 경관을 보장하고, 관리가 잘 돼 있다. 골프를 치면서 유유자적 산보를 하기에 적합하다. 산자락 아래 아름드리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지형이라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면서도 계곡의 품속으로 배열된 홀들이 조화를 이뤄 마치 한 폭의 수채화 속을 거니는 것 같다.
12번홀(파3)에는 이 골프장의 상징인 종이 설치돼 있다. 티잉그라운드에서 그린이 보일락 말락해 그린에서 경기를 마쳤는지 알 수 없어 앞 팀이 경기를 종료하면 뒷 팀에게 티 샷을 해도 좋다는 신호로 종을 치도록 했다. 종치는 사람들의 성격에 따라 울림도 다양하다.
종소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하는 마력이 있다. 이 소리를 들으면서 앞 팀이 경기를 지연시킨다고 투덜거리기보다는 편안하게 플레이에 임하면 그 메아리는 여운이 되어 오랫동안 귓가에 머물게 된다. 가끔 이곳에 출몰하는 사슴들조차도 이 멜로디에 매료되어 걸음을 멈추고 먼 하늘을 응시하곤 한다.
짧고 평탄하지만 도그렉홀과 상, 하향홀들이 어우러져 자신감으로 무장한 골퍼들에게도 쓰라린 경험을 선사하며 겸손의 미덕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여러 골프매체에서 '저렴하게 칠 수 있는 명문골프장(the best bargain for top golf course)'으로 평가받고 있다. 골퍼들에게 남다른 낭만을 선물하려했던 설계가의 고심이 지금까지도 빛을 발하고 있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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