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민유성 산은지주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차기 산업은행장의 조건에 대해 "산은의 해외 기반을 크게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민 행장이 임기만료 전에 퇴임할 것이라는 소문과 관련해서는 주주인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민 행장은 지난 29일 열린 신년 산행 모임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임 CEO는 다른 은행과의 차별화를 고려할 때 산은의 해외 기반을 크게 키워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산은은 민영화 1기를 마치고 도약단계로 가는 상황"이라며 "민영화 2기에는 또 다른 임무에 대한 리더십이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전후해 퇴임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주주인 정부가 결정할 일이므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산업은행장의 임기는 6월까지지만 다른 금융기관장들의 임기는 3월인 만큼 훌륭한 분이 산업은행에 오기 위해서는 임기기간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사실상 3월 퇴임설을 뒷받침했다.
최근 금융권의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축은행 인수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타 시중은행은 리테일 업무가 주된 업무인 만큼 추가적 투입이 불필요하지만, 산업은행은 주력업무가 기업금융·투자은행 업무라 리테일 업무에 대한 경험이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민영화 및 상장 문제는 정부와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민 행장은 "산은 민영화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지연돼 왔으나 금융위기가 극복된 만큼 앞으로는 당초 계획을 이행할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정부가 결정하도록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시기와 관련해서는 국내상장과 해외상장의 시차 및 상장이전 기업공개 문제, 수신기반 확충 문제 등에 대해 정부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 행장은 "지금까지 산업은행은 언제든지 상장될 수 있도록 몸 만들기에 주력해 왔다"며 "커버리지비율이 123%에 달할 만큼 충당금도 충분히 쌓았고 작년 순이익도 1조원을 넘었다"며 민영화를 위한 준비가 완벽히 진행되고 있음을 설명했다.
수신 확충 전략으로는 영업망을 확충 및 차별하된 금융상품을 제시했다. 산은은 올해 전국적으로 지점을 30개 늘리고, 계열사의 리테일 기능을 이용해 판매채널을 늘릴 방침이다.
또 장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 유동화를 통해 타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등 상업투자은행(CIB) 부문의 강점을 살린 금융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자본시장 전문가인 임경택 부행장을 개인금융본부장으로, 마케팅 전문가인 대우증권 마케팅 본부장을 개인영업추진실장으로 선임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민 행장은 산은의 미래는 해외에 있다며 해외진출을 통한 금융수출 기반을 다질 것을 강조했다. 그는 "국내시장은 레드오션이므로 (은행들이)해외로 진출해야 하는데, 산업은행이 적임자"라며 "산업은행은 이미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업구조조정, 기업금융 등에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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