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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축구 영웅' 부티아가 전한 아시안컵의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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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축구 영웅' 부티아가 전한 아시안컵의 감동 [사진=바이충 부티아, 아시아축구연맹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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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인도가 1-3으로 뒤진 아시안컵 조별리그 3차전 후반 33분. 상대는 아시아 최강팀 대한민국이다. 경기 양상도 일방적 열세다. 골키퍼 수브라타의 '선방쇼'가 없었다면 1-8이라도 이상할 게 없었다. 조별리그 3전 전패가 굳어진 상황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인도의 이번 아시안컵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바로 그 때 탄생했다.


인도의 축구 영웅이 교체 출장을 위해 부심과 사이드 라인에 섰다. 바이충 부티아였다. 순간 경기장엔 엄청난 함성이 일었다. 관중뿐 아니라 동료 선수들의 표정도 달라졌다.

그가 그라운드에 들어서자 인도 대표팀에는 생기가 돌았다. 자신들의 영웅과 함께 해서였을까. 선수들은 마치 방금 경기가 시작한 듯 뛰어다녔다. 인도의 투혼에 한국은 몇 차례 역습 위기를 맞으며 주춤했다.


바이충 부티아. 우리에겐 낯설지만 인도 내에선 최고의 축구 영웅으로 대접받는 선수다. A매치 102경기에 출전해 43골을 넣었고, 2008년 AFC 챌린지컵에선 매 경기 골을 작렬하며 인도의 우승을 이끌었다. 대회 MVP도 그의 몫이었다. 덕분에 인도는 27년 만의 아시안컵 본선 티켓까지 거머쥘 수 있었다.


부티아는 1999년부터 3년간 잉글리시 디비전2(4부리그) 버리FC에서 활약했다. 인도 축구선수 최초의 유럽 무대 진출이었다. 우리로 치면 차범근 쯤 되는 인물인 셈. 자국 내에선 가수와 배우로도 활동할 만큼 국민적인 인기를 누리는 선수다. 그런 그가 함께하자 인도 선수들은 새 힘을 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실력의 차이는 분명했다. 인도는 한국에 한 골을 더 허용해 1-4로 패했다. 조별리그 3전 전패, 3득점 13실점. FIFA 랭킹 142위로 이번 대회 참가국 중 최약체로 꼽히는 인도의 현재를 그대로 보여주는 기록이었다.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지만 경기장을 나서는 부티아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사실 부티아는 이날 경기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지난해 9월 장딴지 부상을 입은 뒤 줄곧 재활에만 몰두한 상태였다. 앞선 바레인과 호주와의 조별리그에도 결장했다.


▲ 쓰러진 영웅, 그리고 '귀환'


대회를 앞두고 밥 휴턴 인도 감독 역시 부티아의 대표팀 선발을 놓고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존재만으로도 동료 선수들에게 힘을 주는 상징성이 있었다. 결국 휴턴 감독은 부티아와 함께 카타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앞선 두 경기의 대패로 인도는 이미 8강 진출이 좌절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부티아는 마지막 경기인 한국전에 반드시 뛰고 싶었다. 적어도 단 몇 분만이라도 뛰고 싶었다.


"결과가 전부는 아니다. 세계는 이제 인도 축구가 아시안컵처럼 큰 대회에 나올 만큼 성장했다는 걸 알게 됐다. 아시안컵은 카타르 현지인들은 물론 브라질, 남아공, 유럽, 아시아 타지역 등에서도 본다. 그들에게 인도가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


부티아는 한국전 출전을 위해 팀 닥터와 상의해 두 차례나 현지병원에서 근육에 응고된 피를 뽑아냈다. 그의 열정에 휴턴 감독조차 항복했다. 출장 허락이 떨어진 것이다. 경기에 앞서 진통제도 먹었다.


그리고 후반 33분. 승패가 이미 기운 상황에서 부티아는 꿈에 그리던 아시안컵 무대를 밟았다. 선수 생활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 '꿈의 무대' 아시안컵


부티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15분 정도 뛰었지만 몸 상태엔 전혀 이상이 없다. 아시안컵은 아시아 최대의 축구 대회이자 월드컵과 더불어 모든 아시아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다. 아시안컵에 뛰게 되어 너무나 기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그는 자신은 물론 인도 대표팀 역시 27년 만의 아시안컵 출전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안컵에 다시 오기까지 27년의 시간이 걸렸고, 한국과 호주에는 참패했다. 하지만 두 팀이 워낙 강했을 뿐이다. 전체적으로 우리는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더불어 "조별리그 세 경기 모두 비록 전반에는 상대팀에 지나치게 주눅이 들었다. 그러나 후반에는 아주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며 인도 축구에 대한 자부심을 밝히기도 했다.


올해 35세인 부티아는 사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불의의 부상이 찾아왔다. 수 개월 간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인도의 축구 영웅이 벤치에 앉은 채로 대표팀 경력을 마칠 순 없었다.


"부상으로 은퇴하고 싶지 않다. 2~3개월 뒤면 부상도 완전히 회복될 것이다. 은퇴는 그 이후에 결정하겠다"며 당분간 선수 생활을 더 이어갈 뜻을 밝혔다. 이제 막 다시 일어선 인도 축구에 대한 책임감도 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2015년 아시안컵에도 출전하겠다”며 가벼운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누가 아시안컵을 축구 변방국끼리의 마이너 대회라 치부할 수 있을까. 적어도 아시안컵은 아시아 축구가 꿈과 미래를 발견하는 무대다. 부티아와 인도 대표팀은 그것을 분명히 알려주었다. 이번 대회가 끝나고 최고의 팀을 꼽는다면 그건 인도가 받아 마땅할지도 모른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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