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2일 오후2시경 서울 삼성동 코엑스. 손오공이 개최한 '코리아챔피언십 메탈베이블레이드' 행사장으로 들어서자 "와~"하는 아이들 소리가 가득하다. 행사장 내부는 부모님 손을 잡고 온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인원만 2만여명. 아이들은 행사장 곳곳에서 팽이 완구 '메탈베이블레이드'를 들고 대결을 벌이고 있다. 이 완구는 동명의 인기 애니메이션에서 비롯한 제품. 비록 아이들이지만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현장이다. 그들이 내뿜는 긴장감이 피부로 와 닿는다.
◆현장 등록 선수만 8000여명=손오공은 이번 대회를 위해 지난 5개월 간 전국 20개 도시에서 예선과 본선대회를 진행해 왔다. 이날은 본선 통과자 27명과 현장 등록 선수 3000명이 참가해 최종 승자를 뽑는 자리다. 최종 승자에겐 장학금 200만원과 트로피, 우승 기념 팽이가 주어진다.
승부를 겨루는 장소는 가로 세로 40cm 가량의 미니 경기장. 경기장 위에 각자의 팽이를 돌려 놓고 진검 승부를 벌인다. 이날 승부를 위해 아이들은 몇 시간씩 현장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아들과 부산에서 왔다는 김준열(40)씨는 "일찍 입장하기 위해 전날 올라와 근처에서 하룻밤을 보냈다"며 "이렇게 인기 있을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아이들은 현장에서 참가증을 받고 경기에 임한다. 애초 계획했던 참가증은 3000장이지만 물밀듯 몰려드는 인원에 배부 숫자를 늘려야 했다. 이날 참가증을 받은 인원만 8000여명. 이들은 3명씩 단판제로 승자와 패자를 가름했다.
아이들을 가만히 보니 팽이만 들고 있는 것이 아니다. 네모난 플라스틱 통도 들고 있다. 열어 보니 각종 팽이 부품과 수선도구가 빼곡하다.
"팽이 조립 부품들을 넣고 다니는 통이예요. 다들 갖고 있어요. 저도 있고요."
구로구에서 왔다는 이철진(12)군의 말이다. 수천명의 어린아이들이 도구함과 팽이를 들고 여기저기 흩어져 경기를 벌이고 있는 모습, 그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다.
◆어른도 현장 열기에 '흠뻑'=현장에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팽이 대회의 열기에 흠뻑 빠진다. "가운데로 슈팅해야지!" 아들의 경기를 지켜보던 한 학부모의 외침이다. 아들의 패배로 끝난 경기가 못내 아쉬운 얼굴이다. "조금만 슈팅을 빨리 했으면 이겼을 것"이라며 입맛을 쩍쩍 다신다. 마치 금방이라도 직접 팽이를 들고 경기장으로 들어설 기세다.
행사 종료를 두시간여 남긴 시간. "참가증이 있는데 아직 경기를 갖지 못한 선수는 경기장으로 오라"는 장내 방송이 나온다. 순간 수십 명의 학부모와 아이들이 경기장 쪽으로 달려간다. 경기장으로 들어서는 아이들에게 학부모들은 "긴장하지 마"라고 격려해 준다. 한 손오공 관계자가 말한 "국내 최대 규모의 유·초등학생 축제"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은 모습이다.
김종완 손오공 부사장은 "예상 참석인원이 5000명 정도였는데 훨씬 많은 인원이 찾아주셨다"며 "반응이 좋은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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