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현대상선 유상증자 청약 마감을 하루 앞두고 현대중공업과 KCC 등 범 현대가와 현대건설 등 주요 주주들이 증자에 참여할 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실권주에 대해서는 동양종합금융증권을 비롯한 동부ㆍ솔로몬투자ㆍ유진투자증권 등 4곳에서 인수할 방침으로 사실상 유증 청약에 대한 범 현대가 참여 여부가 현대그룹 경영권과의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KCC 등 범 현대가 일부는 증자에 불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그룹은 경영권 위협에 대한 부담을 덜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현대상선 지분 8.3%를 보유한 현대건설도 유증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배경을 둘러싸고 갖가지 해석이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는 24일 마감일인 현대상선 주주 배정 유증에 KCC와 현대건설은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아직 결정을 하지 않았으나 참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현대상선은 현대중공업(17.6%) 현대건설(8.3%) 현대삼호중공업(7.9%) KCC(5%) 등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최근 3264억원 규모로 주주 배정 유증을 결정했으며 이날부터 이틀간 청약을 받는 중이다.
KCC는 유증 불참을 확정한 상태다. KCC 관계자는 "24일 유증 마감일까지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KCC의 경우 최근 들어 현대상선 보유 주식을 장내에서 꾸준히 매도하면서 지분율을 4.29%까지 낮췄던 터라 참여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유증 불참으로 인해 지분율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도 유증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사회를 통해 증자 청약 안건을 상정했으나 부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인수·합병(M&A) 절차 중인 현대건설이 장기 표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입장을 피력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중 어느 곳으로 팔릴 지 모르는 데다, 혹은 M&A 자체가 유찰될 수 있는 상황에서 현대건설이 보수적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상선 주주 배정 유증 청약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범 현대가가 참여를 하지 않을 경우엔 현대그룹의 경영권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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