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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선정 하루 앞둔 고덕2단지 가보니...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재건축 한다고 한지 10여년이 흘렀다. 희망이 절망이 되기 직전이다. 이 집에 살든 팔고 나가든지 간에 나 죽기 전에 새 집 살아보는 게 소원이다. 바람이 불면 아파트 지붕이 떨어져 나간다. 손자들 놀러와도 밖에 못내보낸다. 고층에서 물이 안나와 수압을 높이니 1,2층은 집 안에선 홍수가 날 정도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주공2단지 입구에서 만난 김만석(가명, 65세)씨 얘기다. 그는 양복 입은 건장한 남성에게 시장 봇짐을 맡긴채 얘기를 계속했다.

"재건축하려고 시공사 선정을 시작했는데 일이 자꾸 꼬인다. 요샌 밤 잠을 설친다. 조합은 1일 열리는 총회에 참석해 시공사 선정에 참가하라고 난리다. 하지만 6단지 무상 지분율이 2단지보다 많게는 30%까지 차이나 시공사 선정을 무산시키자는 의견도 팽배하다. 시공사 선정 무산시 조합이든 어디든 어떻게 하겠다는 대책이 없다. 또다시 시간 싸움만 반복될 것이란 걱정이 든다."


지난 29일 찾은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 주공 2단지는 간만에 찾아온 봄 햇살을 받은 나무들이 싱그러운 푸른 잎으로 아파트를 감싸 안았다. 옛날 아파트답게 넓은 대지(46만2821㎡, 상가 제외) 위해 나무숲이 자라 아파트를 가렸다.

단지내 곳곳에 걸린 형형색색의 플래카드들은 싸늘한 봄 분위기처럼 어색했다. 대형 건설업체들이 제각각 내건 플래카드는 이곳이 치열한 수주전장임을 알리고 있었다.


단지주민들의 의견은 제각각 달라 보였다. 김 씨와 같은 의견이 있는 반면, 총회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많다.


조합 총회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또다른 주민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바로 인근 6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이 화두다. 두산건설이 '평균 무상지분율'을 174%까지 제시해 130%대에 머무른 GS·삼성 컨소시엄, 대림, 코오롱 등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면서 "30% 차이면 가격차이가 1억원이상 벌어질 큰 사안이어서 사태추이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주공 2단지 재건축 사업에 뛰어든 건설사는 총 4개사다. GS건설·삼성물산 컨소시엄은 137%(분양가 상한제 폐지 제외)를 조합에 제시했으며 코오롱건설은 132%(분양가 상한제 폐지조건) 대림산업은 133%(분양가상한제 폐지 조건)을 내걸었다.


특히 시공사가 재선정되면서 GS건설·삼성물산 컨소시엄은 이번 수주전에 사활을 걸었다. 이 컨소시엄은 분양가 상한제 존폐여부와 관계 없이 최저지분율은 137%(일반분양가 2269만원/3.3㎡)까지 제시했다. 일반분양분 분양가가 3.3㎡ 3700만원까지 올라가면 164%까지 지분율을 높이겠다는 제안까지 해놓았다. 6단지에서 무상지분율을 174%나 제안했다는 소식에 따라 내놓은 특단의 조치다.


무상지분율이란 재건축 후 추가부담금 없이 입주할 수 있는 평형을 대지지분으로 나눈 수치다. 예를 들어 49㎡(15평) 아파트(대지지분 20평)의 무상지분율이 164%라고 가정할 때 대지지분에 무상지분율을 곱하면 33평(20평×164%)이 나온다. 대지지분이 높고, 무상지분율이 높을수록 추가분담금 없이 넓은 평형을 입주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무상지분율이 높을수록 조합원의 수익이 커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공사 선정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북치고 장구치며 단지를 돌아다니다 총회에 참가하겠다는 주민들에게 눈을 흘긴다. 시공사 선정 자체를 다시 해야 올바른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조합과 GS·삼성, 대림, 코오롱이 담합해 낮은 지분율로 2단지 주민들에게 손해만 안겨주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재건축을 앞당기자는 조합원들은 지나치게 높은 지분율에 대한 신뢰도에 의구심의 눈길을 보낸다. '평균'이라는 뜻에 개별 조합원별로 부담해야할 추가 분담금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나무숲에 가려진 30여년된 아파트에 얽힌 사연은 복잡하고도 미묘했다. 지분율을 높여 더 많은 이익을 취할 수도 있지만 인근 6단지와 같이 높은 지분율을 적용할 경우 3.3㎡당 분양가는 4800여만원에 육박해야 한다. 죽기 전에 새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한 주민의 얘기가 꿈처럼 들려오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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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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