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친환경 차가 유럽의 럭셔리 세단보다 강했다. 불황에 값 싸고 연비 성능이 우수한 차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29일 발표된 유럽과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의 실적에서 이 같은 사실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각국 정부의 차 업계 부양책을 등에 업고 저렴한 친환경차로 돌진한 일본 기업들은 2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선 반면 고가의 럭셔리카만을 고집하던 유럽 메이커들은 여전히 적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3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업체들은 친환경차 구입시 감세 정책과 차량 교체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지원책 효과를 톡톡히 봤다. 덕분에 지난해 거대 적자의 암운을 뒤로하고 일제히 흑자로 돌아서 2009년도를 순조롭게 시작한 셈이다.
2008 회계연도 4분기(1~3월)에 2830억엔(약 3조7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혼다는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올 1분기(4~6월)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2% 감소한 2조22억엔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251억엔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선 88.0% 감소했지만 적자 신세에서 탈출했다. 덕분에 혼다는 올해 일본 및 글로벌 판매 계획을 상향했다.
같은 기간 닛산 역시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5% 감소한 1조5148억엔,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85.5% 감소했지만 116억엔의 흑자를 확보했다. 지난 1~3월 2304억엔의 적자를 기록한 데 비하면 놀라운 진전이 아닐 수 없다.
시가 도시유키(志賀俊之) 닛산 최고집행책임자는 "세계 판매 대수는 22.8% 줄었지만 재고조정 효과로 수요에 따른 생산이 가능해져 예상외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앞서 닛산은 165억엔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같은 날 상반기와 분기 실적을 각각 발표한 프랑스의 푸조 시트로엥과 독일 다임러의 성적은 일본 기업들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했다.
푸조는 2009 회계연도 상반기(1~6월)에 9억6200만유로(약 1조6800억원)의 적자를 기록, 2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매출은 전년에 비해 21.8% 준 234억9700만유로였다. 신차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158만6900대로 침체됐다.
푸조는 "내년말 이전에는 유럽 자동차 시장의 회복은 기대할 수 없다"며 향후 실적에도 적신호가 켜질 것임을 예고했다.
다임러의 손실 규모는 푸조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다임러의 2분기(4~6월) 손실은 10억2000만 유로로 푸조의 2배가 넘는 적자를 냈다. 이로써 다임러는 지난해 4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3분기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2분기 신차 판매 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 감소한 39만1500대, 매출은 196억 유로로 지난해 동기보다 25%나 주저앉았다. 다임러는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인력을 1년 전보다 6%나 줄이는 등 비용 감축에 주력했음에도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간판 차종인 메르세데스 벤츠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19%나 감소해 28만7200대 팔리는데 그치면서 타격은 한층 더 심했다.
하지만 인디펜던트는 일본과 유럽 기업들의 이처럼 엇갈리는 실적이 그리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30일 전망했다. 혼다의 경우 4륜차 부문만 보면 213억엔의 적자였기 때문에 주력사업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2분기(7~9월)에는 다시 적자전환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혼다의 곤도 고이치(近藤廣一) 부사장은 "일본 업계가 흑자로 완전히 전환되려면 북미 시장이 회복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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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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