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L";$title="";$txt="";$size="169,225,0";$no="2009071510114591059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서브프라임 사태를 맞아 주가가 폭락했어도 가치투자 인식이 여전한 듯 하다.
가치투자란 싸고 좋은 주식을 들고 있으면 언젠가는 가격이 올라 충분한 보답이 주어진다는 개념이다. 주가 단기 등락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라는 취지로 얘기되곤 한다.
투자자 대부분이 싸고 좋은 주식을 원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가격이 오르기 마련이라고 보는 게 당연한 지 모른다. 하지만 싸고 좋은 주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무조건 오르고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산 뒤 남들이 가치를 알아보고 추종 매수에 나서야만 주가가 오르고, 남들보다 싸게 사야만 투자이익이 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싸고 좋은 주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남들도 좋다고 생각하고 살만한 주식을 선점하는 게 가치투자의 생명인 셈이다.
이렇게 가치투자의 본질을 따져보면 여느 투기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은 모든 거래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굳이 가치투자란 말을 붙이는 것은 그 주식이 언제 오를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기간개념을 갖지 말고 버텨야 한다는 얘기를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보인다.
하지만 언제 오를지 모르는 주식을 사놓고 무작정 기다리는 게 가치투자라면 모든 거래의 기본인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다는 점을 자인하는 것밖에 안 된다.
무릇 거래에 있어서는 싸게 사는 것보다도 중요한 게 타이밍이다. 1년 뒤에 오를 것이라면 오르기 바로 전날 사는 게 최상이다.
364일간 오르지 않을 주식을 오를 거라는 확신을 갖고 기다리는 것은 그 기간 동안의 기회비용을 무시하라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싸고 좋은 주식의 가격이 결국 오른다는 개념도 사실 진실이 아니다. 주가가 궁극적으로 오르기 마련이라고 한다면 싸고 좋은 주식이라는 변수보다 인플레이션에 기대는 바가 절대적이다.
자본주의는 완만한 인플레가 지속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결국 주가도 인플레만큼은 오른다는 얘기를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인플레를 감안한 실질 가격 상승률을 따지기 시작하면 가치투자가 반드시 이익을 가져온다는 보장도 하지 못한다.
1920∼1930년대 대공황과 1987년 블랙먼데이, 그리고 21세기 초 기술주 버블을 다 거쳤어도 결국 주가가 그 이상 뜨지 않았냐고 주장하는 사람은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로 급락한 주가가 언제 낙폭을 만회하고 새로운 주가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인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대공황 이전 수준으로 미증시가 회복할 때까지 30여년이 걸렸으니 한 세대만 참으면 된다고 할 지 모르지만 딱 한번의 대공황이 통계적인 효과를 내지는 못한다.
설사 30년만 참으면 코스피 2000대 안착이 가능하니 가치투자에 나서라고 한다면 더 이상 투자가 아니라 상속의 개념이 된다.
그나마 인플레라도 지속된다면 액면가격은 상승하겠지만 디플레가 전개된다면 시간 흐름은 오히려 가격 상승이 아니라 가격 하락을 유발시키게 된다.
완만한 인플레가 있고 국내총생산(GDP)이 매년 조금이나마 증가하는 게 자본주의라고 생각하겠지만 큰 충격을 받은 자본주의가 모습을 달리 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어려운 일이다.
매년 일정 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무리한 작업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인위적인 성장이 계속되다가도 이따금 경제위기나 경기침체 같은 사태가 터지면서 몇 년간의 성장을 단숨에 까먹는 일이 반복되는 게 현재의 자본주의다.
정부가 아무리 성장을 유지하려 애를 써도 자연에 섭리가 있듯이 경제 자체에도 정화작용이 작동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자율조정조차 한계에 달할 경우에는 기존의 진리가 모두 부정되는 경우도 가능할 지 모른다.
이제 갓 100년이 넘은 자본주의 역사를 놓고 기존의 현상이 마치 영원한 진리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속단일 수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보다도 짧은 역사를 갖고 있는 가치투자를 신봉하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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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문 자본시장부장 j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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