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간 제한' 적용시기 유예로 급한 불 껐지만.. 노동계 등 반발 계속
정부-여당이 현행 2년으로 규정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사용기간 제한을 그대로 유지하되 해당 조항의 적용시기를 2~4년간 유예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그러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물론, 재계에서도 정부-여당의 이번 결정에 대해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법안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여당이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 규정의 적용을 유예키로 한 것은 불과 20여일 뒤면 올해로 계약기간 2년을 맞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
정부는 국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경기침체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이 이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여력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있는 244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55.3%가 비정규직을 해고하겠다고 답으며,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기업은 29.9%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당초 노동부는 비정규직 사용제한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늦추면 오히려 비정규직이 늘어날 것"이라는 야당과 노동계 등의 반발에 부딪혀 해당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결국 정부-여당이 이번에 비정규직 사용제한 기간 2년을 규정한 법률 조항은 손대지 않고 시행 시기를 담은 부칙만 고치기로 한 건 이 같은 노동계 등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그리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당장 노동계가 "법 적용이 유예되더라도 비정규직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재차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은 8일 성명에서 "한나라당의 방침은 노동 시장에 (비정규직을 양산시키는) 부정적인 시그널을 준 것"이라고 비판했고, 민주노총 또한 "정부나 한나라당이 '실업 대란'이란 말로 위기감을 조성해 사용자에게 편향되게 법을 개정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 또한 정부-여당의 이번 결정에 대해 "일단 대량 해고 사태는 막았다"고 안도하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법 적용 시기를 2년 늦추든 사용기간을 2년 더 연장하든 "결과적으론 2년 후에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법을 시행해보지도 않고 개정하려 한다"며 이번 유예안에 대해서도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는 등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접점 없는 논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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