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해외 비자금 창구로 사용된 홍콩 APC 등 계좌 자료가 이번주 국내로 도착함에 따라 '박연차 리스트'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는 계좌 자료가 도착하는 대로 지금까지 불거져왔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변 수사를 본격화 할 것으로 5일 전해졌다.
박 회장은 태광실업의 홍콩 현지법인인 APC에서 차명으로 685억원의 배당 수익금을 받았으며, 검찰은 이 가운데 일부가 국내로 유입돼 정관계 인사 로비 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건넨 500만달러의 출처가 APC 비자금인 것으로 의심 받고 있어, 계좌 자료가 들어오면 돈의 출처 및 종착지가 드러나 돈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검찰은 자료 검토를 진행하면서 지금까지 거론됐던 연씨와 정상문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 노 전 대통령 주변 인사를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검찰은 이번 주 전직 국회의장과 지방자치단체장 등 4∼5명을 소환 또는 체포해 조사할 계획이었으나, 소환 대상자를 줄이더라도 홍콩 계좌 자료 검토에 수사력을 우선 투입할 방침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APC 계좌가 들어오면 수사를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애초 계획의 수정이 많이 필요하다"며 "지금까지는 박 회장 주변 진술을 청취했는데 계좌가 들어오면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APC 계좌는 검찰의 향후 '박연차 리스트' 수사에 있어 핵심 자료가 될 전망이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박 회장과 국내 정관계 인사들 사이에 오간 불법 정치자금 거래 의혹을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박 회장의 국내 자금 3조 5000억원에 대한 계좌 추적 작업을 70~80%대 마무리했다. 추적 대상이 된 4700여개의 계좌 가운데 500여개는 가족과 회사 관계자 등 명의의 차명 계좌로 밝혀졌다.
박 회장의 국내 자금 가운데는 정상적인 사업 자금이 포함돼 있으며, 자금이 한 계좌에서 다른 계좌로 움직이면 중복으로 추적돼 박 회장의 국내 전체 자산이 3조 5000억원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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