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한화그룹간 대우조선해양 매각 계약이 최종 결렬되면서 6조원 규모의 초대형 딜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산업은행은 21일 이사회를 열고 한화의 자금조달 계획으로는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불가능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민유성 산업은행장에 최종 결정을 위임했다. 민 행장은 금융당국 등과의 최종 조율을 거쳐 22일 오후 2시30분에 대우조선 매각 계약 결렬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따라 지난해 3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 절차에 착수한 지 10개월, 한화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낙찰된 지 3개월만에 매각 작업은 실패로 돌아가게 됐다.
◆산은 vs 한화 법정공방 예고
한화는 이미 납부한 보증금 3000억원을 돌려받겠다는 입장이어서 협상 결렬의 책임을 놓고 산업은행과의 법정 공방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화 입장에서 3000억원이라는 금액은 주력계열사인 한화석화의 연간 순이익과 맞먹는다는 점에서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돈이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실사를 진행하지 못한 것은 산은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들어 보증금 반환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언론 등을 통해 산은이 대우조선 노조에 '노조 요구에 대한 협상이 끝난 뒤에 실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구두 약속을 한 점을 부각시킨바 있다.
반면 산업은행은 매각 무산에 대한 책임이 한화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몰취'한다는 입장이다. 경제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한화측의 무리한 인수 추진이 매각 결렬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대우조선 재매각 표류'
대우조선해양의 새주인을 찾는 일도 쉽지 않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시장상황이 여의치 않고, 조선업황의 호전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대우조선해양 재매각 작업이 당장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이 당장 재입찰에 나서더라도 확실한 인수자가 없는 상황이다. 유력한 대우조선해양 인수후보였던 포스코는 이구택 회장이 최근 '더 이상 흥미가 없다'고 밝힌바 있다.
또다른 후보군인 현대중공업은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고, 두산그룹은 최근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어 형편이 되지 않는다. 글로벌 경기 침체를 감안할때 해외쪽으로 눈을 돌려도 녹록치 않다. 산은이 매각 가격을 낮춰 서둘려 인수자를 찾을 경우 헐값매각 시비가 부담이 될 수 있다.
한편 대우조선 매각 불발로 산은이 주요주주로 있는 현대건설, 하이닉스반도체 등 대형 매물들의 매각 등 국내 인수합병(M&A)시장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 시장상황에서 매머드급 매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올 경우 매각 작업이 여의치 않을 뿐아니라 시장에 미치는 물량부담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