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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놓친 대우조선 "차라리 잘 됐다"

"승자의 저주 함께 겪느니 자금 풍부한 새 주인 찾아야..."
이행보증금 놓고 법정 공방도 예고
노조 "무능한 한화와 원칙없는 산은의 공동 책임"


산업은행과 한화그룹 간 대우조선해양 매각협상이 결국 결렬된 가운데 매각 당사자인 대우조선 내부에서는 안타까움보다는 차라리 잘됐다는 다소 긍정적인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높았다는 의미다.

한화는 이미 지난해 12월 말 자금조달능력이 없음을 밝히고 매각조건의 변경을 요구했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 내부에서도 한화의 인수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됐었다. 매각 협상 결렬 소식이 전해진 21일 대우조선해양의 한 관계자는 "인수 능력이 없는 한화로 가서 고생하느니 차라리 잘 됐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투자할 능력이 있는 새 주인을 찾는게 좋다는 것이 사원들 대부분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3000억 이행보증금 몰취, 법정 공방 비화되나
한화의 매각조건 변경 요구에 산업은행은 불가 입장을 고수한 끝에 결국 협상 결렬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걸로 끝이 아니다. 한화와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인수 공방은 이제 이행보증금 3000억원을 둘러싸고 법정분쟁의 2라운드로 돌입할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당초 본계약이 결렬될 경우 이행보증금은 몰취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몰취가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한화의 생각은 다르다. 양해각서가 체결된 후 확인실사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행보증금의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 한화의 입장이다.

한화는 이미 사내 법무팀 및 외부 변호사를 동원하는 등 이행보증금 반환 작업을 추진 중이다. 또 실사가 이뤄지도록 노조를 설득하는데 실패한 산업은행도 협상 결렬에 어느정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 "무능한 한화와 원칙없는 산은 공동 책임"
매각 과정에서 노조의 참여를 요구하며 실사를 거부, 산은과 마찰을 빚어온 대우조선 노조는 이번 매각 결렬이 회사에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동시에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조광래 대우조선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자금조달 능력도 없는 한화가 차입금으로 인수하려 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며 자짓 경영부실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며 "이번 매각협상이 결렬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원칙 없이 고가매각에만 골몰하고 재무건전성이나 자금조달 방안에 대해 확인도 하지 않은 산업은행에도 큰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지난 12월 자금조달능력이 없다는 한화의 발표와 동시에 내부적으로 매각 무산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왔다.

▲대우조선 재매각, 기약없이 늦어질 듯
본계약 체결이 결렬되면서 일단 대우조선 매각은 기약없이 늦춰지게 됐다. 현대건설, 현대오일뱅크 등 굵직한 매물들이 매각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다 최근 조선업황이 부진을 보이면서 선뜻 인수 의사를 밝히고 나설 기업이 없다는 것도 매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포스코 등 인수전에 참여했던 기업들과 일부 대형 조선사들이 다시 인수자로 물망에 오르고 있으나 이들 또한 선뜻 레이스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 자금 여력이 있는 포스코는 최근 이구택 회장이 사의를 표하는 등 내홍에 휩싸여 있다. 역시 시장의 큰 손인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 보다는 이어서 나올 다른 매물들에 더 관심이 많은 상황이다.

기타 국내 대형 조선사들 역시 선박 수주 가뭄으로 저마다 자체 유동성 확보에 고심하고 있다. 또 지방 중소형 조선사들이 업계 구조조정 과정에서 잇따라 시장에 나올것으로 전망되면서 대형 조선사들은 헐값에 이들을 인수해 부지 문제의 숨통을 트기 위해 눈치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 재매각 일정은 늦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우경희 기자 khwoo@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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