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강나훔기자
한국과 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분야 후속협상을 다시 추진하면서 양국 간 경제 협력 채널 복원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단됐던 고위급 협의가 재개되면서 교역 구조를 상품 중심에서 서비스·투자 영역으로 확대하기 위한 논의가 다시 테이블에 올랐다.
산업통상부는 19일부터 23일까지 베이징에서 제13차 후속협상을 열고 서비스·투자·금융 분야의 시장개방과 제도 개선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우리 측 권혜진 통상교섭실장, 중국 측 린펑(Lin Feng) 상무부 국제사 사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서비스·투자 후속협상은 2015년 발효된 한·중 FTA의 보완 절차다. 당시 협정은 상품 관세 감축 중심으로 체결돼 서비스·투자 개방 수준이 제한적이었다. 이에 양측은 2018년 후속협상을 개시하고 지금까지 12차 회의와 다수의 회기간 회의를 진행해 협정문 기초 작업과 분야별 개방 방식 등을 협의해왔다.
이번 회의는 이달 초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후속협상의 연내 진전을 위해 협상 구조를 재정비하기로 한 뒤 진행된 첫 공식 일정이다. 정부는 기존 비정기 방식에서 정기·대면 중심으로 협상 일정을 조정해 논의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산업부는 "부처 간 조율을 병행하며 개방 논의의 실질적 진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후속협상 재개는 양국 간 관계 복원의 흐름과 맞물린 조치로 평가된다. 최근 양국은 정상회담, 통상장관회의, 고위급 경제대화 등 정부 간 제도 채널을 잇달아 복구해왔으며, 후속협상도 이러한 채널 중 하나로 다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상품 수출 중심의 교역 구조에서 서비스·투자 분야로 협력 영역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그동안 중국의 서비스·투자 시장은 오랫동안 금융·통신·문화·헬스케어 등 규제 기반 산업을 중심으로 외국 기업 진입이 제한돼 왔다. 중국은 특정 분야만 개방하는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과 지분 제한·합작 의무·인가 제도 등을 병행해 시장 접근을 관리해왔고, 투자 승인·자본 이동·지재권 처리 등 절차 역시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한한령으로 대표되는 콘텐츠·문화 영역의 비관세적 장벽과 의료·교육 분야의 합작 투자 강제 등도 실질적 개방을 지연시킨 요인으로 지목된다. 사드 사태 이후 정치·외교 갈등이 겹치면서 후속협상도 장기간 교착돼 왔으며, 이로 인해 한·중 FTA는 상품 관세 중심 구조를 유지한 채 서비스·투자 분야는 개방 수준이 제한된 상태로 남아 있었다.
서비스·투자 분야는 금융·콘텐츠·의료·교육·플랫폼 등 중국의 내수시장 개방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영역으로, 산업별 규제·심사·허가 절차가 협상 테이블에 오르게 된다. 중국의 CPTPP 가입 추진, RCEP 활용 확대, 디지털 규범 도입 등과 함께 서비스·투자 규범 정비 흐름도 가속되는 점도 주목된다.
다만 실질적 개방 효과가 체감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금융, 통신, 데이터 처리, 문화·콘텐츠 분야 등에서 외국기업에 대한 지분 제한, 조건부 허가, 데이터 국외 이전 규제 등 다층적 장벽을 유지하고 있다. 분야별 민감도가 다른 만큼 개방 수위는 점진적으로 설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제도 협력 채널을 다시 열어놓은 만큼, 향후 회의에서 분야별 개방 리스트와 규제 완화 구간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이번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회의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