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IEEPA 무효 이후 122조 전환
정부, 수출 영향 점검·대응책 논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열린 '미국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판결 및 추가 관세조치 관련 민관합동 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미국 연방대법원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관세 위법 판결과 관련해 "국익 극대화라는 원칙 아래, 한미 관세 합의를 통해 확보한 이익균형과 대미 수출 여건이 훼손되지 않도록 미측과 우호적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23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미국 IEEPA 판결 및 추가 관세조치 관련 민관합동 대책회의'에서 "수출 여건 변화 가능성에 대비해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수출 다변화 정책을 끈기 있게 추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회의는 미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 판결 직후 관세 부과 대체 수단과 후속 조치를 발표함에 따라 우리 산업과 수출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경제단체와 주요 업종별 협회, 유관기관 및 관계부처가 참석했다.
앞서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20일(현지시간) IEEPA가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관세 부과 권한을 직접적으로 부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를 근거로 시행된 상호관세 조치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기존 IEEPA 기반 관세는 효력을 상실하게 됐지만, 미 행정부는 곧바로 다른 법적 수단을 활용한 조치를 예고하며 통상 불확실성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122조를 활용한 글로벌 15% 일률 관세 부과와 301조에 따른 조사 착수 방침을 발표하면서, 관세 정책이 새로운 법적 틀로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철강·자동차 등 품목 관세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리 주력 수출 산업은 복수의 제도적 변수에 동시에 노출된 상황이다.
경제계와 업종별 협회 관계자들은 IEEPA 판결 이후에도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가 우리 기업에 새로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무역법 122조는 국제수지 불균형 등에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이 최대 150일간 한시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이에 따라 기존 IEEPA 기반 상호관세는 무효가 됐지만, 법적 근거가 122조 체계로 전환되면서 적용 기간과 예외 인정 범위, 환급 절차 등 세부 운용 방식이 새롭게 정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301조는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이 조사 후 관세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조항으로, 2018년 미·중 무역분쟁 당시 대규모 고율 관세의 근거가 됐던 규정이다. 122조가 전면적·한시적 조치라면, 301조는 특정 국가나 품목을 겨냥한 정밀 조치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한국은 한미 관세 합의에 따라 이미 15% 수준을 기준으로 적용받아 왔지만, 관세 부과의 법적 틀이 달라질 경우 제도 운용 방식과 향후 조사 대상 범위에 따라 기업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우리 정부는 한미 간 관세 합의의 기본 틀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은 "한미 간 협의를 통해 어렵게 도출한 이익 균형이 흔들리지 않도록 외교·통상 채널을 총동원하겠다"며 "추가 조치가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미측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주미 공관과 통상 라인을 통해 미 의회와 행정부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우리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단기 대응과 함께 중장기 체질 개선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신흥시장 개척과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활용을 강화하고, 공급망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품목 전환을 통해 가격 경쟁력 중심 구조에서 기술·품질 중심 구조로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관세 환급, 통관 절차, 원산지 관리 등 실무적 쟁점에 대해서도 관계 기관과 협력해 기업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 장관은 "관세 환급 등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 및 업종 협·단체와 협력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지금 뜨는 뉴스
정부는 향후 미측의 구체적인 후속 조치 내용과 시행 일정, 여타 주요 교역국의 대응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단계별 대응 전략을 마련할 예정이다. 필요할 경우 업종별 간담회와 추가 민관 회의를 수시로 열어 현장의 애로를 점검하고 정책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