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경제적 처벌로 존립 위기
대형 건설사일수록 불리한 구조 형평성 논란도
산업재해 사망사고 발생 시 기업들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안들이 잇달아 처리되거나 논의되면서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산재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과징금으로 내야 하는데, 각기 다른 법에 따라 중복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데 이어 건설안전특별법이 상정돼 국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이들 법안은 모두 '과징금 부과'를 담고 있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는 여당 주도로 건설안전특별법안을 심사하고 있다. 이 법안은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건설사업자에 1년 이하의 영업정지를 부여하거나 최대 1000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매출액에 3% 이내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골자다. 매출액이 없거나 산정 곤란한 중소형 건설사의 경우 10억원 이내 과징금을 물게 했다. 법안은 국토위 법안소위 일정이 잡히는 대로 3월 내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산재로 연간 3명 이상 사망 시 영업이익 5% 이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산안법 개정안이 최근 기후에너지환경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과징금을 담은 법안이 또다시 국회 문턱을 넘을 채비를 하는 것이다.
건설업계에선 과징금 중복 부과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2024년 건설업계 영업이익률이 3.15%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 발의된 법안의 과징금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과도하다는 것이다. 본지가 2022~2024년 매년 3명씩 사망사고가 발생한 A건설 사례로 산안법 개정안에 따른 과징금 규모를 단순 계산해본 결과, 2022년 287억원 과징금을 내고 그다음 해에 392억원의 과징금을 또 내야 한다. 2년 새 과징금만 600억원 규모에 달한다. 2024년엔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 개정안에선 적자 혹은 산정이 불가능할 경우 30억원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여기에 건설안전특별법을 적용하면 3년간 최대 3000억원의 과징금을 별도로 적용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과징금이 병과될 경우 최대 3600억원까지 매길 수 있다"며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까지 겹치면 대형 건설사도 존립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 측도 과징금 중복 우려는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산안법과 건설안전특별법이 각각 통과될 가능성이 없진 않다"면서도 "중복으로 과징금이 과하게 부과될 수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조문에 '과징금 규정은 건설안전특별법을 우선 적용한다' 등을 추가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과징금 폭탄은 대형 건설사 위주…적자인 게 나은 아이러니"
산안법 개정안에 이어 건설안전특별법까지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으면서 건설업계에선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 때문에 오히려 영업적자인 게 유리한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 이들 법안은 각각 '매출액의 5%'와 '영업이익의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도록 정했는데, 영업손실이 발생한 기업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과징금은 30억원 이내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65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대형 건설사에서 3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산안법 개정안을 적용할 경우 이 업체는 326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 반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면 과징금은 10분의 1도 안 되는 30억원 미만으로 줄어든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비슷한 건설사임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없는 회사는 오히려 훨씬 적은 과징금만 물 수 있어서 적자인 게 나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징금 폭탄은 대형 건설사들 위주로 떨어질 확률이 높다. 산안법 개정안은 사고 발생 횟수를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해 건설사 규모가 클수록 불리하기 때문이다. 건설 현장 150여개에 달하는 대형 건설사들은 일일 투입 인원이 수만 명에 달하고 사고 발생 노출이 커서 주요 제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의 사망만인율(1만명당 사망률)을 따져보면 오히려 평균보다 낮다"며 "그런데도 과도한 과징금을 내야 하는 제재 대상이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상위 10대 건설사 사고사망만인율은 0.69%로, 업계 평균(1.59%)의 절반 수준이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는 과징금 폭탄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고 발생에 따른 공사 기간 연장과 금융비용도 부담이다. 국내 10대 대형 건설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 수준으로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공사 기간 연장과 추가 투입 비용만으로도 실적 부진에 시달린다. GS건설은 2023년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전면 재시공 비용 5500억원을 전액 손실로 반영하며 적자 전환했고, HDC현대산업개발은 2021~2022년 광주에서 발생한 두 건의 사고 후 3377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포스코이앤씨는 공사 중단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면서 지난해 영업손실 4520억원을 기록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신용평가사들이 기업의 등급을 하향한다"며 "자금조달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의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채권 발행 시 이자 비용이 증가해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된다.
특히 중소건설업체는 과징금 처분을 받으면 폐업이 불가피하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영업이익 5억원 미만 업체 수는 전체 종합건설사업자 1만7188개 중 1만4880개(86.9%)에 달한다.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30억원 이내 과징금 부과는 중소업체의 경우 낼 여력이 없어 결국 폐업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며 "중소건설사들이 지방에서 주로 영업하는 것을 고려하면 지역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기업 차원에서 사망사고를 막기 위한 노력도 정치권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5명 사망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안전관리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겠다며 모든 현장에서 작업을 중단했다. 이어 전면적인 안전관리 실태 조사를 진행해 안전 계획 이행 여부, 불법하도급 여부 등 전방위 점검에 나섰다. 또 포스코 그룹 차원에서도 안전전문 자회사인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을 설립해 전사적인 안전 강화 조치에 돌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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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안의 과징금 규정에 대해 '과도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낸 것으로 전해졌다. 산안법 개정안이 국회 환노위에 상정된 것을 감안했다. 다만 산안법이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이후엔 별다른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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