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 재무장관 "기존 협정 유지하길 원해"
그리어 USTR 대표 "301
각 국 정부 합의 유지하며 관망세
무역법 122조 실효세율 낮아질 수 있어
관세 부과 이연 효과 가능성도 존재
합의 파기 시 트럼프 보복도 무시못해
미국 연방대법원이 행정부가 맺은 타국과의 무역 합의가 위법이라고 판결했으나, 행정부 핵심 참모들이 잇따라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0% 글로벌 관세'를 다시 부과하겠다고 나선 데 이어, 교역국의 불공정 관행을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이번 판결로 무역 합의에서 이탈하려는 국가들을 잡아두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미 행정부의 보복 가능성을 이유로, 각국 정부가 기존 합의를 철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 행정부의 반격 "다른 카드도 많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CNN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외국 무역 상대국들과 계속 접촉하고 있으며, 모두 기존에 체결된 무역 협정을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대법원이 결정한 것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관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에게는 다른 권한이 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의 위법 판결 이후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미국과 교역하는 국가에 관세율을 10% 더 높이는 포고문에 지난 20일 서명했다. 그러더니 다음날 "관세율을 15%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무역법 122조는 대통령이 국제수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최장 150일간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트루스소셜에 "향후 몇 달 동안 새롭고 법적으로 허용되는 관세를 결정하고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150일 이후에도 122조를 유지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베선트 장관은 "무역법 122조는 영구적 조치라기보다는 일종의 가교 역할"이라며 "그 기간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 관세 조사가 완료되고, 5개월 후에는 122조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는 트럼프 1기 이후 4000건이 넘는 소송을 견뎌냈다"면서 "결국 기존과 동일한 관세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무역법 301조를 동원해 교역국의 불공정 관행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과 중국에 대해 조사를 개시했다"면서 "과잉 생산 능력에 대한 조사도 시작할 예정이다. 이는 과잉 생산 능력을 지닌 아시아의 여러 국가를 다룰 것이다. 그들은 소비할 양보다 더 많이 생산하며, 기본 경제 원리를 따르지 않고 단순히 공장을 짓고 고용을 유지하려 전 세계적으로 물가를 붕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무역 관행이 미국 산업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될 경우 USTR이 조사 후 보복 관세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세율 상한이 없고 특정 국가·특정 산업을 겨냥할 수 있어 과거 대중 고율 관세의 법적 근거로 활용됐다.
"각 국 정부 합의 유지할 듯"…보복 무시 못해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행보 속에, 각 국 정부는 관세 합의를 유지하며 관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드류 윌슨 국제상공회의소(ICC) 앤드류 윌슨 부사무총장은 "최근 각국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그 동안 체결된 협정에서 어느 나라도 즉시 탈퇴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역법에 근거한 대체 관세가 적용될 경우 실효 관세율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하나증권은 무역법에 근거해 전 품목 관세 부과로 이어진다면 실효 관세율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기존 제외됐던 품목 관세 면제가 유지될 경우 실효세율은 1.5%포인트 내외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백악관은 대체 관세를 발표하면서 미국 내에서 생산이 어려운 천연자원 등 특정 핵심 광물과 의약품, 특정 전자제품, 승용차, 특정 항공우주 제품 등을 관세 적용을 제외하기로 했다.
관세 부과 이연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무역법 122조가 종료되는 시점은 8월 말이다. 11월 중간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무역법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 등 새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이 낮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고려해 움직이지 않는다면 관세 부과 이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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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도 관망세를 유지할 이유로 꼽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은 보복에 대한 두려움에 협상을 파기할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자크 들로르 연구소의 니콜라스 쾰러스즈키 경제안보 자문관은 "EU와의 합의는 유지가 될 것"이라며 "자동차 관세에 다시 추가로 부과될 경우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합의 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 특파원=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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