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종달새'와 '올빼미'의 시간은 반대로 간다

세계적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
'타이밍의 과학'에 주목한 통찰
인간을 이른 아침형 '종달새'
다소 늦은 아침형 '제3의 새'
'올빼미형' 세 유형으로 구분
분석·결정력 높은 시간대 달라
같은 일도 언제 하느냐에 따라
효율·성과·결과 크게 차이

"인생은 타이밍이다"라는 말이 있다. 같은 일이라도 언제 하느냐에 따라 효율은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오늘 내디뎌야 할 한 걸음이 내일의 세 걸음이 되기도 하고, 달궈진 쇠는 제때 두드리지 않으면 단련의 기회를 놓친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쫓기지 않고 시간을 지배하는 '타이밍의 과학'에 주목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종달새, 제3의 새, 그리고 올빼미다. 종달새형은 이른 아침형 인간으로 오전 초반에 분석력과 결정력이 가장 높고, 오후로 갈수록 통찰력이 좋아진다. 제3의 새는 종달새보다 다소 늦은 아침형으로, 늦은 오전에 분석적 업무 효율이 높아지고 오후에 통찰력이 살아난다. 반면 올빼미형은 늦은 오후와 저녁에 분석력과 결정력이 극대화되며, 아침 시간대에는 통찰력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 같은 유형은 약 80%가량이 타고난 특성이라는 설명이다. 가을·겨울 출생자는 종달새, 봄·여름 출생자는 올빼미일 확률이 높다. 연령대에 따라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어린 시절에는 종달새형에 가깝다가 사춘기에는 올빼미형으로 이동하고, 성인이 되면 다시 종달새형으로 돌아오는 경향이 있다. 평균적으로 남성은 저녁형, 여성은 아침형일 가능성이 높지만, 50세 이후에는 성별에 따른 차이가 거의 사라진다.

저자는 자신의 유형을 아는 것이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일주일 동안 90분 간격으로 알람을 설정하고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라고 권한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정신적 각성도는 어느 정도인가(1~10) ▲신체적 에너지는 어느 정도인가(1~10)다.

일반적으로 하루의 리듬은 세 단계로 나뉜다. 종달새와 제3의 새 유형은 '최고?최저?반등'의 흐름을 따른다. 작곡가 차이콥스키는 오전 7~8시에 기상해 독서와 산책으로 하루를 열고, 9시 30분부터 몇 시간 동안 작곡에 몰두했다. 점심과 산책 후 오후 5시에 다시 작업을 재개했고, 저녁 8시에 하루를 마무리했다.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 역시 오전에 집중적으로 글을 쓰고, 오후에 휴식과 작업을 병행하는 비슷한 패턴을 유지했다.

반면 올빼미형인 소설가 플로베르는 '반등-최저-최고'의 리듬으로 하루를 보냈다. 오전 10시쯤 기상해 여유를 보내고, 오후에는 독서나 휴식을 취했다. 본격적인 집필은 저녁 식사 후 밤 9시부터 시작했다. 저자는 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생활 패턴을 찾는 것, 나아가 팀원들의 리듬에 맞춰 업무 방식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리더십이 생산성의 격차를 만든다고 강조한다.

개인차와 별개로 효율이 높은 '시간대'가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조깅은 기상 후 8시간 이상 공복 상태에서 하는 것이 지방 연소에 가장 효과적이다. "공복일 때 우리 몸은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섬유질에 저장된 지방을 사용하게 된다. 식사를 한 후 운동을 하면 방금 섭취한 음식에서 나온 에너지를 사용한다. 대개 식전 아침 운동은 식후 운동보다 지방을 약 20% 더 태운다."

책은 휴식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2011년 사회학자들이 이스라엘 법사위원회의 가석방 판결을 분석한 결과, 유리한 판결의 65%가 오전에 집중됐다. 정오에 가까워질수록 통과율은 낮아졌고, 점심 휴식 이후 다시 상승했다가 늦은 오후에 다시 떨어졌다. 저자는 "판사가 언제, 얼마나 휴식을 취했는지가 판단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휴식은 최저점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효과는 법률 판단뿐 아니라 재정 결정이나 대학 입학 심사 등 중요한 선택 전반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커피 한 잔 후 낮잠', 이른바 '나푸치노'를 권한다. "혈관에서 카페인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약 25분이 필요하다. 따라서 눕기 직전에 마시는 것이 좋다. (중략) 10~20분 정도 낮잠을 자면 각성도와 정신적 기능이 크게 올라가고 졸림이 사라진다. 대부분 잠드는 데 7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알람을 25분 뒤로 맞추는 것이 가장 좋다."

이 밖에도 책은 선택의 순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팁을 제시한다. 발표 순서를 정할 때 유력한 경쟁자와 맞붙거나 경쟁자가 적은 경우에는 먼저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는 조언이 대표적이다. 사람들은 첫 번째 정보를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어 '초두 효과'와 '내로우 브래키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례와 실천법을 촘촘히 엮은 독자 친화적 구성도 인상적이다. 심리학에서는 미완의 과제가 오히려 기억에 오래 남는 '자이가르닉 효과'를 설명한다. 책을 끝까지 읽을 자신이 없다면, 맥락을 완전히 닫지 않은 채 덮어두는 것이 다시 책을 펼칠 동력을 만든다는 저자의 독서 팁 역시 눈길을 끈다.

언제 할 것인가 | 다니엘 핑크 | 알키 | 268쪽 | 1만9800원

문화스포츠팀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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