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범죄와 관련된 모든 문제에 관하여 경찰에 조언한다."
영국 국가기소청 로고
영국은 국가기소청 소속 검사가 경찰에 자문을 제공할 의무가 범죄기소법에 규정돼 있다. 영국은 검사에게 수사권이 전혀 없고 경찰과 지위가 대등한 대표적인 국가다. 하지만 검사가 단지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사건을 기소할지만 결정하는 수동적 역할은 아니다. 수사 단계부터 협력이 체계적으로 의무화돼 있다.
영국에서는 검사가 24시간 열려 있는 화상통화를 통해 경찰과 사건을 수시로 상의한다. 경찰이 검사의 법률자문을 따르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과거에는 검·경 협정에 따라 자문 검사가 경찰서에 상주하기도 했다.
국가기소청 지청 수도 경찰 관할에 맞춰 설치돼 있다.
검찰청을 없애고 공소청을 만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9월 국회를 통과해 후속입법이 논의되는 가운데 이런 해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현재까지 논의는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 수사권을 줘야 할지에 제한돼 있다.
영국의 수사와 기소 분리 제도를 연구한 김면기(뉴욕주 변호사) 경찰대 법학과 교수는 "독립된 기관 사이 협력은 '긴밀히 잘 해보라'는 식의 호혜보다 필요성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한국의 새로운 제도도 검·경이 서로 도와야 하는 의무가 있는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영국 검·경이 협력하는 이유는 기소와 수사 양쪽의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가기소청장이 제정하는 '기소에 관한 가이드'에는 '공동실행계획(Shared Action Plan)'이 있어 검사는 경찰과 협의해 보완 수사를 할 수도 있다. 검사의 일방적 요청 사항이 아니라 특정 증거 확보가 사건 쟁점 해결에 왜 필요한지 근거와 수사 완료에 대한 경찰과 합의된 시간표를 문서로 남기는 방식이다. 기소 검토 이전 수사 단계에서도 공동실행계획을 작성할 수 있다.
한국은 2020년 수사권 조정으로 검·경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이 제정됐지만 의무적 협력이 아니라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다. 주요 내용은 기소 이후의 협력으로 내란, 대공 등 중요 사건에서만 수사 단계에서 의견 교환에 응할 의무가 규정돼 있다. 이마저 요청이 있는 경우에 한해 이뤄진다.
형사소송법 전공의 한 로스쿨 교수는 "독립된 두 기관의 협력을 제도화하려면 현재 시행령인 수사준칙의 골격을 형사소송법에 규정하는 방법도 있다"며 "후속 입법을 논의하는 동안 수사준칙 제정 이후 얼마나 협력이 이뤄졌는지 점검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검경이 협의하도록 제도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는 검찰의 플리바게닝에 경찰이 참여하고,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는 경찰 교관들이 검찰과 협의해 교육 과정을 구성한다. 이외 여러 도시에서 주요 범죄에 검경 공동수사팀을 꾸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재판 중에도 검사 옆에 연방수사관들이 앉아 보조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22년 경력의 앤드류 리 전 미국 국세청 특별수사관은 "미국에서는 검사에게도 수사권이 있다"며 "하지만 분야별로 수십 개의 수사기관이 있고 수사 노하우와 전문성이 높아 법률가인 검사들이 도움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기관도 수사단계부터 검찰의 자문을 받으려 한다"며 "협력할 수밖에 없는 체계로 검·경이 원팀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박성동 법률신문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