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슬기나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일(현지시간) 미국에 도착해 국빈 방문 일정에 돌입했다. 오는 10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나선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와 부인인 유코 여사는 이날 오후 일본 정부 전용기 편으로 워싱턴 D.C. 인근 메릴랜드주의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했다. 일본 총리의 국빈 방미는 2015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에 이어 9년 만이다. 기시다 총리는 오는 14일까지 방미 기간에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경제, 안보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먼저 오는 10일에는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두 정상은 회담 후 발표할 공동성명에서 양국 관계를 '글로벌 파트너'로 확인한다. 또한 일본 자위대와 재일미군의 통합 운용을 강화할 수 있는 안보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반도체 등 주요 공급망,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 등 광범위한 범위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인적 교류도 가속화하기로 했다. 정상회담 후에는 공식 만찬에 참석한다.
기시다 총리는 오는 11일에는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미국과 일본의 리더십과 미래를 향한 협력'을 주제로 연설한다. 일본 총리의 미 의회 연설 역시 2015년4월 아베 당시 총리 이후 9년 만이다. 기시다 총리는 "국제사회가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은 가운데 미래에 확실히 시선을 둔 연설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이 연설에서는 과거사 및 전쟁에 대한 반성은 언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오후에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함께 미국·일본·필리핀 3국 정상회의 개최가 예정돼있다. 이 자리에서는 중국에 맞서 3국이 남중국해에서 합동 해군 순찰을 실시하는 계획 등 합의 사항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밖에 12일에는 남부 노스캐롤라이나주에 도요타 자동차가 건설 중인 차량용 배터리 공장 등을 시찰한다. 신문은 일본 기업의 대미 투자를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기시다 총리의 방미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망 강화, 일본의 '보통국가화'(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의 전환)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미국은 일본과의 무기 공동 개발·생산, 미군-일본 자위대간의 지휘 통제 연계 강화 등을 통해 일본에게 대중국 견제 첨병으로서의 더 큰 역할을 부여하게 될 전망이다. 이날 미국, 영국, 호주 국방장관들은 3국의 대(對) 중국 군사 동맹인 오커스(AUKUS)에 일본을 합류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확인하기도 했다.
한편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 총리는 '국가원수'가 아닌 '행정부 수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번 방미는 엄밀히 말해 '공식방문'(official visit)에 해당한다. 다만 회담과 함께 환영 만찬, 의회 연설, 지방 방문 등 국빈 방문에 준하는 일정으로 구성돼 언론은 대체로 '국빈 방문' 또는 '국빈 대우 방문'으로, 미국 정부는 '국빈 만찬이 포함된 공식 방문'으로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