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권 침해·헌재 결정에 반하면 대법원 판결도 소원 가능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아 심리할 수 있도록 해 야당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로부터 4심제 지적을 받아온 '재판소원제'(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법안이 2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판소원제를 재석 의원 225명 가운데 찬성 162명, 반대 63명으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고, 표결에는 불참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투표하는 동안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 '이재명 재판 뒤집기 사법파괴 3법 재판지옥 국민 피눈물'이라고 쓰여진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소란이 커지자 "지금까지 피켓을 들은 적은 있어서 관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플래카드까지 드는 건 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자제 요청에도 여야 의원 간 "피켓으로 쳤다. 사과하라", "왜 사진 찍지 말라 하는데 사진 찍나"라는 고함이 오가자 우 의장은 "본회의장에서 사과를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것은 사과도 징계이기에 국회의장이 일방적으로 할 수 없다"고 했다. 계속되는 혼란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형 플래카드를 치우자 우 의장은 "플래카드를 치웠기 때문에 계속 진행하겠다"고 했다.
전날 법왜곡죄, 이날 재판소원제를 처리한 민주당은 28일 대법원 증원 법안까지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1987년 개헌 이후 유지돼 온 사법 체계가 39년여 만에 대대적으로 바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재판소원제는, 대법원 등 법원의 판결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이를 헌법소원(재판소원) 대상으로 삼아 헌재가 심판할 수 있는 제도다.
대법원이 내린 확정 판결도 헌재가 뒤집을 수 있게 된다. 법안이 정한 청구 기간은 재판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헌재가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를 인정해 인용 결정을 내리면 해당 판결은 취소돼 효력을 잃는다. 이 경우 법원은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 헌재는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판결의 집행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정지 결정도 내릴 수 있다. 이 법안은 공포한 날부터 즉시 시행된다.
이에 국민의힘은 "소송 기간 지연, 사법 불확실성 확대, 헌법재판소의 인력 부족 등 중대한 사회적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반대하며 필리버스터로 맞섰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 10일 ""법원이 아닌 곳에서 재판한다든지, 불복이 있다고 해서 대법원을 넘어서까지 재판을 거듭한다면 헌법 위반"이라며 재판소원 도입이 위헌적이라고 반대 입장을 낸 바 있다.
반면 헌재는 재판소원에 대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 권력분립 원칙에 반한다거나 사법권 독립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헌법상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대법원과 헌재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법원은 전국 모든 법원의 최상위에 있는 법원이자 확고한 효력을 가진 '확정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법원이다. 헌재는 국가 최고권력자인 대통령도 파면할 수 있는 법원으로, 이미 박근혜 윤석열 두 대통령이 헌재의 결정으로 파면된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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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날 사법개혁 3법의 마지막 관문인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상정해 오는 28일까지 사법개혁 3법의 입법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대법관 증원법은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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