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임' 장기집권 꿈꾸는 시 주석
양회 내달 개막…'5% 성장률' 유지 관건
정치·경제 리더십 확인하는 무대
작년 10월 경주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 정부는 3월 4일 개막하는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에서 향후 5개년 청사진을 공개한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양회(兩會)에서 미국발 관세 충격에도 경제 성장률 5% 달성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국내 중국통인 전병서 중국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은 다음달 4일 개막하는 양회를 앞두고 28일 이같이 말했다. 양회는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을 가리킨다. 최근 '연 5% 안팎'으로 유지됐던 성장률 목표치가 하향 조정될지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향후 5개년 '경제 청사진'도 공개될 예정이다. 전 소장은 "올해는 지난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의 마지막 해로, 경제 성적표를 평가받는 해라는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여기에 시 주석의 정치 리더십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2025~2026년은 시 주석의 4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21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1년여 앞둔 시점이다. 그는 연임 포석 차원에서 '정치적 안정'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전 소장은 "3연임 이후 권력 토대를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中 '5% 안팎' 경제성장률 목표 제시할까
매년 3월 초 약 일주일간 열리는 양회는 우리나라 국회 격인 '전인대'와 정책 자문기구인 '정협'으로 구성된다. 중국 정부의 연간 경제 운용 방향과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 국방예산 등 당해 주요 정책들이 모두 양회에서 결정되기에 국제사회 주목도가 높다.
통상 전인대는 양회의 '꽃'으로 불린다. 전인대 개막식 날 리창 국무원 총리는 예년처럼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연간 GDP 성장률 목표치를 발표할 계획이다. 중국은 최근 3년 연속 연 5% 안팎의 성장률 목표를 제시했으며 실제 성장률은 각각 5.4%, 5.0%, 5.0%를 기록했다. 올해는 기존과 동일한 '5% 안팎' 또는 명시적으로 하단을 낮춘 '4.5~5%'가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두 수치의 간극은 좁아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다. 전 소장은 "기존 목표치와 비슷한 목표치가 올해도 제시된다면 이는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5~5%가 제시된다면 미·중 무역 갈등·내수 부진 등 하방 리스크를 공식 인정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단순한 간극이 아니라 "자신감의 신호와 위기관리 모드의 차이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어 "중국에서 성장률 목표는 단순 경제지표가 아니라 정치적 권위와 통치 정당성의 상징이기에 표현 하나하나가 정치적 함의를 가진다"며 설명했다.
국제사회의 기대치는 자국 내 전망치보다 낮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관은 4.3~4.5% 정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이보다 높은 4.8%를 예상했다.
올해 양회는 5년 전인 2021년부터 실시된 '14차 5개년 계획(2021~2025)'에서 설정된 '혁신·자립' 목표가 달성됐는지 공식 결산하는 의미도 있다. 시 주석의 경제 노선 성적표를 공식 평가받는 자리인 것이다. 다만 경제는 구조적 디플레이션 압력 속에서 수출은 둔화하고 내수 회복은 지연되는 '삼중고'에 빠져 있다. 부동산 침체가 가계 자산·소비 심리를 짓누르고, 미·중 관세 갈등이 수출 불확실성을 높이는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해 달성한 경제 성장률 '5%'가 무색하게, 민간 투자·소비자 신뢰 지표는 부진했다. 'K자형 회복' 양상을 보였다. 소비자물가(CPI)도 지난해 내내 0%대 또는 마이너스(-)권을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는 얼어붙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연초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 경제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최고 25~30%에 달했지만, 2024년 기준 12%대까지 쪼그라들었다. 가계 핵심 자산인 부동산 가격 하락은 자국민의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5개년 계획, 기술 자립·내수 주도 경제 발전 방점
올해는 향후 5년 중장기 경제 계획인 '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이 수립되는 첫해라는 점도 이번 양회의 관전 포인트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해 10월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 회의(4중전회)에서 제안된 초안을 심사해 확정한다. 시 주석은 올해 수립될 5개년 계획이 2022년 제20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방향과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완성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잇는 중간 단계라고 강조했다.
핵심축은 '기술 자립'과 '내수 주도 경제 발전'이다. 앞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기자회견을 통해 "미래산업을 선제 배치해 양자 기술과 체화지능(AI를 적용해 로봇 스스로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기술), 수소·핵융합에너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6세대(6G) 이동통신 등을 신규 경제 성장동력으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숙청 지속…군 감찰 강화제도 정비될 듯
권력 구도의 변화 양상도 양회를 통해 드러난다. 아시아 전문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의 닐 토마스 중국분석센터 중국정치 전문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10월 제4차 전체회의에는 중앙위원회 위원 376명 중 단 315명(83.8%)만 참석해 이례적으로 낮은 참석률을 기록했다"며 "이는 여러 차례의 숙청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올해의 경우 연초 '심각한 기율·법률 위반' 명목으로 숙청된 것으로 알려진 장유샤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류전리 위원에 대한 후속 처리가 여부가 관심사다. 두 사람은 지난해 하반기 중앙군사위·전인대 대표직에서 해임되며 당 기율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 주석의 오랜 측근으로 분류된 장유샤는 방산 비리 연루 혐의에 휘말렸다. 류전리는 장비·무기 조달 관련 부패 의혹에 휩싸였다.
시 주석의 칼날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군 핵심 인사들까지 향했다. 27일 신화통신과 명보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의 상장(대장급) 5명과 중장 1명, 소장 3명의 전인대 대표 자격이 박탈됐다.
전 소장은 향후 당적 박탈·형사기소로 이어지는 것이 "반(反)부패 캠페인의 전형적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번 양회에서는 군 감찰 강화를 위한 제도 정비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시 주석이 이번 행사를 새롭게 꾸린 권력 라인업의 충성도를 확인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도 함께 내놨다.
트럼프 3월 말 방중 앞두고 '대미 메시지'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월 말 방중이 예고된 상황에서 대미 메시지에 대한 관심도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백악관은 최근 밝혔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는 건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 시절인 지난 2017년 11월 이후 약 8년 5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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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회에서는 대만에 대한 입장 표명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앞세워 대만이 자국 영토의 일부분이라는 주장을 고수해왔다. 중국 공산당은 양회를 앞두고 '올바른 업적관'을 주제로 간부 대상 교육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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