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자사주 1년내 소각 의무화
사내복지기금·장학재단 등에 매각해
의결권 살린 후 지배력 강화 수단될 수도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1년 내 소각하도록 의무화한 '3차 상법 개정안'이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기업들의 자사주 활용 관행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개정안은 자사주에 권리가 없음을 명시하고, 처분 시 신주 발행 절차를 준용하도록 했다. 특히 취득 경로와 무관하게 자사주를 이사회 결의로 소각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그간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돼 온 자사주를 사실상 '완전 리셋'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세법과 판례의 영향으로 자사주를 사실상 자산처럼 취급하거나, 제3자에게 처분해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방식으로 경영권 방어에 활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는 자사주를 자본 차감 항목으로 엄격히 규율하는 주요 선진국과는 다른 구조였다. 이번 개정안은 이 같은 괴리를 줄이고 주주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유건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개정안은 자사주를 자본거래의 영역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도록 제도를 정비한 것"이라며 "자사주를 통한 우회적 지배력 확대 여지를 크게 줄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이 본격화될 경우 멀티플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거래소는 시가총액 산정 시 자사주를 포함해 계산해 왔다. 자사주가 소각되면 이론적으로 시가총액은 감소한다, EPS와 BPS는 상승해 주가가 그대로 유지되면 PER과 PBR이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2018년 삼성전자의 대규모 자사주 소각 당시에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 바 있다.
하지만 제도 취지와 달리 자사주를 '선의'로 포장해 우회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에 대한 경계도 커지고 있다. 개정안이 우리사주제도 및 임직원 보상 목적의 자사주 활용에 대해 예외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를 활용해 자사주를 복지재단이나 기금에 출연하고, 해당 재단이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우호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행법상 복지재단에 출연된 자사주는 주요 의사결정에 대해 최대 5%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별도 기금의 경우 한도 없이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자사주를 무상 출연할 경우 경제적 효과는 무상증자와 유사해 기존 주주의 주당 가치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사례도 있다. 한진칼은 자사주 44만주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해 조원태 회장 측 지분율을 20.09%에서 20.75%로 끌어올렸다. KT&G 역시 전·현직 임원이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복지·장학재단을 통해 약 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코스닥 상장사 슈프리마에이치큐는 올해 1월 지분율 4.99%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신설 문화재단에 무상 출연했다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정정 명령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가 반복될 경우 자사주 소각 의무화의 실효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만 개정안에는 자사주 보유·처분 계획을 주주총회 승인 하에 집행하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어, 무분별한 우회 시도는 일정 부분 제어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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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연구원은 "선의의 복지 목적이라는 외형과 달리, 자사주 출연이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기존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자사주 소각 여부뿐 아니라 처분 방식과 최종 귀속 구조까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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