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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압박에 결국 내준 고정밀지도…구글 이어 반출 신청 줄이을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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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등 해외 기업 반출 신청 이어질 듯
정부 "구글, 조건 불이행 시 허가 중단·회수"

정부가 구글이 신청한 고정밀 지도의 해외 반출을 허가하기로 하면서 국내 지도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학계는 정부가 구글의 신청을 전격 받아들인 데에는 통상 압박이 작용했을 것이란 데 무게를 실었으며, 이번 결정으로 중국 등 다른 해외 기업들의 반출 신청도 줄 이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토교통부는 2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측량 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 회의를 열고 1대 5000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조건부 허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지도 정보의 해외 반출 여부를 심의·결정하는 기구로 국토부를 비롯해 국방부, 국가정보원, 외교부, 통일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부 등의 관계 부처가 참여한다.


구글은 현재 정부의 보안 심사를 이미 통과한 SK 티맵의 1대5000 축척 지도 데이터를 쓰고 있다. 지도 반출이 허가된 만큼, 구글은 정부로부터 제공받은 고정밀 지도를 자체 탑재해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이날 한국 정부의 결정에 즉각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정보 부문 부사장은 "한국 정부의 지도 반출 허가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면서 "이번 결정은 중요한 진전이며, 구글은 구체적인 서비스 구현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정부와 국내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해 한국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통상 압박에 결국 내준 고정밀지도…구글 이어 반출 신청 줄이을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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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구글은 지난해 2월 정부에 1대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 반출을 신청했다. 협의체는 이후 결정을 2차례 미뤘고, 현행 규정상 결론을 내야 했을 시점인 지난해 11월에는 구글의 서류 미비를 이유로 보완 신청서를 60일 이내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외국 기업의 지도 반출 요청에 대한 3차례나 결정이 미뤄진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구글은 2007년과 2016년에도 우리나라의 고정밀 지도 반출을 신청했지만, 안보상 이유로 모두 반려당했다.


국외 반출 허가, 美 통상 압박 작용 무게

당초 국내 업계는 구글로의 고정밀 지도 반출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구글이 이번 신청 과정에서 군사시설과 같은 보안 시설에 대한 가림(블러) 처리나 좌푯값 미표시와 같은 정부 요구사항은 수용했지만,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해야 한다는 조건은 수용하지 않아서다. 구글은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거부해왔다.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해 운영할 경우 관련 법에 따라 법인세를 내야 한다.


정부가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허가하기로 선회한 데에는 미국의 통상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대법원이 상호관세가 불법이라고 규정하며 제동을 걸자 트럼프 행정부는 '슈퍼 301조'로도 불리는 무역법 301조를 꺼내 들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동, 정책, 관행에 관세 부과 등을 통해 대응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글로의 고정밀 지도 반출을 제한하는 것이 미국 기업에 대한 불합리한 대우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한국의 지도 데이터 반출 제한을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지속적으로 비판해왔기 때문에 관세 등 통상 문제가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봤다.

통상 압박에 결국 내준 고정밀지도…구글 이어 반출 신청 줄이을까(종합)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연합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보고참고자료를 통해 "구글 측에 한국 지도 전담관을 국내 상주하도록 하고, 정부와 상시 소통 채널을 통해 원활한 보안사고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지도의 국외 반출 전에 정부와 협의해 보안사고 시 대응·관리와 처리 등을 위한 '보안사고 예방과 대응 프레임워크'를 수립하고, 국가안보 관련 임박한 위해 또는 구체적 위협이 있는 경우에 긴급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방안(레드버튼)을 마련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어 "정부가 확인한 후 실제 데이터를 반출하고, (구글 등이) 지속적이고 심각한 조건 불이행 등 경우 허가를 중단·회수하도록 해 조건 이행을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산업계 "해외 기업 반출 거절 명분 없을 것" 우려도

구글이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 허가를 받아낸 만큼, 다른 해외 기업들의 반출 신청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애플 역시 지난해 6월 고정밀 지도의 반출을 신청한 뒤 신청서 보완 기간을 요청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 기업으로의) 반출이 이뤄지면 되돌릴 수 없기에 다른 기업들로의 반출도 이어질 것"이라며 "구글, 애플 등 미국 기업 이외에도 중국 기업에 대한 반출을 거절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정밀 지도의 반출 과정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구글과 애플 이외에도 글로벌 빅테크들의 고정밀 지도 반출 요청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 요건을 법령에 명확하게 규정하거나, 반출 여부를 결정하는 협의체의 격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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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지도) 국외 반출 허가 기준을 법령에서 규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가 주요 시설의 블러 처리나 좌표 삭제, 국내 서버 구축 등 주요 쟁점 사항을 공간정보관리법과 하위 법령에 허가 기준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조사처는 지도 반출 심의의 중요도를 고려해 협의체 구성원의 직위를 현재의 과장급에서 차관급으로 높여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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